김윤후 2010. 3. 21. 13:25



빈방이 하나 있다.


다섯 식구 사는 집에, 그것도 가장 넓은 큰방이 사람하나 들이지 않은채 비어있다. 비우고 싶었던 것 도 아니었고 원래 비워져 있던 것 도 아닌데 그 방은 그렇게 비어있다. 그방의 주인은 진짜 우리 아빠였을까. 그 방의 주인은 그 방에서 한번도 주인행세하지 못했다. 늘 천정만 보고 있었고 빛을 보려고 혼자서 일어나 커튼을 치지도 못했다. 독립난방이 되는 요즈음, 따뜻한 거실과는 달리 그 방에는 온기하나 없다. 꽃피는 춘삼월이라지만 갑작스럽게 내린 눈이 발목까지 쌓이는 추위 속에서 그 방은 창문을 닫아놓아도 열린것 처럼 추웠다. 아버지는 그 가운데서 2년을 누워계셨다. 진정 아빠가 그 방의 주인이었을까. 술에 절어 비틀거리는 몸을 이끌고 방 문을 열었을 때 나는 무릎을 꿇고 아빠가 계셨던 방 가운데로 가 몸을 옹크리고 누워보았다. 새벽바람은 찼고 내 마음도 싸늘했고 방바닥도 얼음장 같았지만 나는 너무 따뜻해서 눈물이 났다. 이불도 없는데, 방에 불도 안 넣었는데 너무 따뜻해서 자꾸 눈물이 났다. 나는 매일 집에와서 아빠에게 물었다. 오늘 하루 뭐하고 놀았냐고. 아빠는 말했다. 그냥 놀았지. 그러니까 뭐하고 놀았냐니까. 아빠는 늘 모른다고 했다. 그럴 때마다 나도 지금 내가 왜 이렇게 됐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실컷 놀다와서 방에 누운 아들을 아빠는 지금 생각이나 하고 계실까. 그렇게 뱃속의 아기처럼 옹크리고 누워서 한바탕 울고 나면 아침이었다. 나는 다시 걸어나왔고 그 방은 다시 빈방이 되었다. 나는 또 오늘의 밥을 먹으러 달려나갔다. 날씨는 빈방처럼 여전히 추웠다. 나를 칠듯 덤프트럭이 굉음을 내며 나를 훑고 지나간다. 아빠는 집을 나갔다 돌아오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