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남편광주아빠

Where Am I 본문

틈/사소한 것들

Where Am I

김윤후 2009. 9. 22. 19:48

 


그 남자는 끈질기게 자신이 지금 어디있는지 물었다. 내 멱살을 잡고 쥐고있는 손아귀의 힘을 더하면서도 그 남자는 끈질기게 지금 자신이 어디 있는 거냐고 외치듯 비명지르듯 따져 물었다. 세차게 비가 내리는 간이역에서 아무도 없는 공간에서 그와 나 둘이 배경을 지키고 있었다. 세계의 어딘가에서 툭 하고 떨어져 나온 것 같은 느낌의 이 남자는 도대체 왜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알지도 못한 채 내게 자신의 현재를 물어오고 있는 것일까. 가을 비는 내리치는 속력을 더해가고 나는 심한 오한기에 몸을 떨었다. 주위에 사람은 하나도 없었다. 철로 곁에서 비맞으며 울고 있는 강아지풀과 역 담장을 타고 오르는 담쟁이 덩쿨들, 그 사이사이 매달려 떨어질 기미로 벽을 붙잡고 있는 조롱박들이 을씨년스럽게 시야에 들어왔다. 당황스러운 일이었다. 눈을 뜨니 이 간이역이었고 정신을 차려보니 남루한 옷차림의 정신병자같은 이 남자에게 멱살을 잡혀 오도가도 못하는 꼴이 되어버렸다. 지독한 눈빛의 이 남자. 나는 도대체 나는 지금 왜 이사람과 같이 있단 말인가.






이게 요즘 내가 꾸는 꿈의 몇 안되는 기억이다.

' > 사소한 것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무것도 하지 않는 날의 아침, 오후, 저녁  (0) 2009.10.21
헛구역질  (0) 2009.10.04
삶의 미로  (0) 2009.08.07
서울. 2009년 7월의 아침  (0) 2009.07.23
비와 당신  (0) 2009.07.14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