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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남편광주아빠
사랑에 관한 어려운 질문 너는 내게 이따금 묻네 너와 나의 관계를 그것은 참 어려운 질문 그러면 나는 대답하네 나란히 걸어가면서 나는 너의 뒷모습 나는 네가 키운 밀 싹 너의 바닷가에 핀 해당화 어서와서 앉으렴 너는 나의 기분 위에 앉은 유쾌한 새 나는 너의 씨앗 속에 나는 너의 화단 속에 나는 너를 보면 너의 얼굴만 떠올리면 산나무 열매를 본 산새처럼 좋아라 그러면 너는 웃네 분수같은 뒷모습을 보여주면서
책 생각
2018. 7. 26. 12:22
한 때, 시인이 되고자 했던 사람들이 나 말고 또 있을까. 한 곳만 보고 경쟁하던 고등학생 시절, 나는 훗날 문학 소년으로 남고 싶어 늦은 저녁 학교 건물 5층 도서관 구석에서 좋아하던 시들을 필사했다. 스프링 연습장을 사고 예쁜 색연필이나 꾸미기 좋은 펜들을 가지고 다니며 시간이 나면 종종 예쁘게 시를 적었다. 가끔 너무 자주 했다 싶은 축구가 술 취한 다음날의 반찬 처럼 텁텁해질 때, 교정 계단에 앉아 시를 소리내어 읽었다. 나는 내가 시를 알고 있다는 사실이 너무 좋았다. 시를 알고 있다는 말이 무척 건방져 보이지만 당시 시는 다른 아이들과 나를 구별지어주는 하나의 선이었다. 굵고 커서 넘볼 수 없이 견고한. 나는 아무에게도 시를 알고 있다고, 가끔이지만 쓰기도 한다고 말하지 않았다. 내가 써놓고 ..
틈/詩가 있는 땅
2010. 4. 24. 03: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