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그래서 너를 안는다 (1)
서울남편광주아빠
많은 갈림길에서 오직 최악의 길만 골라 갈 때가 네게도 있었다. 수업이 끝나고 학원에서 12시까지 공부하고 2시까지 학원 위층 독서실에서 책보다 집에 오면 아버지는 늘 술에 잔뜩 취해 거실에 앉아계셨다. 불콰해진 얼굴로 전화기를 붙잡고 마구 욕을 해댔다. 누구일까. 아무튼 그분도 참 잘못 걸리신 날이다. 엄마는 내 방에서 이불을 뒤집어 쓰고 벽쪽으로 누워 잠들어 있었다. 아니 잠든척 하고 있었다. 가방을 방안 구석에 내려놓고 늦은 저녁을 먹으려 냉장고 문을 열면 채 치워지지 못하고 층층이 널부러져 있는 반찬그릇들이 보였다. 아. 또 엎으셨구나. 매번 엎어져도 상다리 한번 부러지지 않았던 우리집 밥상. 쉽게 부러질 것이었다면 아버지께서 밥상에 화풀이하지 않으셨을까. 아무말도 하지 않았던 그 새벽에 나는 내..
틈/누군가의 한 소절
2009. 9. 10. 10: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