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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남편광주아빠
어떤 새는 저녁무렵에 혼자서 바다로 나아간다. 가슴에 석양을 받으며 새는 캄캄해지는 수평선 쪽으로 날아간다. 혼자서 날아가는 새는 저 혼자서 바다 전체를 감당하려는 듯하다. 한 마리의 새는 바다 전체와 대치하고 있다. 한 마리의 개미 역시 그렇다. 개미 한 마리가 땅을 기어갈 때, 그 개미는 홀몸으로 땅 전체와 대치한다. 한 마리의 사슴이나 사자도 그러하다. 깎아지른 벼랑 끝에 앉아 있는 독수리 한 마리는 저 혼자서 이 세상 전체를 내려다보고 있다. 이 한 마리는 외롭고 또 위태로워 보이지만, 이 외로움은 완벽한 존재의 모습을 갖춘 것이어서 살아 있는 모든 것들은 본래 혼자일 뿐이라는 운명을 일깨운다. 나는 혼자서 밤바다로 나아가는 새의 내면을 들여다볼 수 없다. 새 또한 나를 들여다보지 못할 것이다. ..
틈/누군가의 한 소절
2009. 6. 8. 16: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