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바람 (2)
서울남편광주아빠
바람이 많이 부는 계절이다. 이맘때쯤이면 바람도 옹골차게 영글어 그 탱탱한 속살을 나뭇가지 속, 도시의 빌딩 사이, 그리고 지나치는 사람들 사이에 남겨두고 간다. 조금은 센치해질 수 있는 오후. 바람은 그렇게 왔다가 너를 훑고 지나간다. 마치 네 기억에 안쓰러운 위로의 쓰다듬을 내려놓고 가는 것 처럼. 이런 날 이 노래 안들을 수 없다. 바람,어디에서 부는지 덧문을 아무리 닫아 보아도 흐려진 눈앞이 시리도록 날리는 기억들 어느샌가 아물어 버린 고백에 덧난 그겨울의 추억 아.. 힘겹게 사랑한 기억 이제는 뒤돌아 갔으니 바람은 또 어디에서 불어 오는지 내 맘에 덧댄 바람에 창 닫아 보아도 흐려진 두 눈이 모질게 시리도록 떠나가지 않은 그대 혼자라는게 때론 지울 수 없는 낙인같아 살아가는게 나를 죄인으로 만드..
아무것도 하지 않는 날의 아침, 오후, 저녁은 그저 듣거나 보거나 하는 일들이 속을 채운다. 그저 일어나 이불을 개고 샤워를 하고 팬티를 갈아입고 인터넷을 한번 항해하고 집을 나와 버스를 탄다. 학교에 도착해서 후배를 만나고 밥을 먹고 시체처럼 팔, 다리, 허리가 잘려나간 은행나무 무덤앞 동네커피숍에서 핫초코를 주문해 마신다. 돌아와 책을 읽고 잠에 빠지며 일어나 다시 책을 보고 글을 써본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날의 일상은 무료하고 공허하고 고독하다. 나는 잠시 눈을 감고 내가 나를 버리고 있다는 생각을 잊으려 노력한다. 오늘도 나는 나를 몇번이나 진창에 처박았나. 무능력한 나를, 지루한 나를, 쓸데없이 생각만 많은 나를. 하지만 처박아도 오뚝이처럼 일어나 저승사자처럼 걸어오는 나. 나는 결국 버려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