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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남편광주아빠
건설현장에서 토목 반장으로 십수년을 일 해오신 아버지는 가시기 몇일 전까지 꼭 삼시세끼를 챙겨드셨다. 반쯤 불에 그을린 듯 익은 얼굴을 하고 현장에서 돌아오실 때쯤 아버지는 오늘 하루 무진장 더워 땀을 한 바가지는 흘린 것 같다며 늦은 저녁에도 두 공기씩 밥을 드셨다. 반주로 소주를 두 종이컵씩 들이키신 후 쇼파에 앉아 끝나가는 아홉시 뉴스를 붙잡고 코를 고셨다. 다음날에도 아버지는 아침 해보다 먼저 눈을 떠 꼭 아침을 드시고 일을 나가셨다. 티비에선 여전히 뉴스가 방송되고 있었고 뉴스에서는 여전히 이상고온을 예보하고 있었다. 졸린 눈을 비비고 버릇처럼 현관에서 아버지를 배웅하고 나면 나는 아침 먹는 걸 포기하고 한시간이나마 더 자려 고 다시 이불 속을 파고들었다. 그러고 다시 저녁이 되어야 아버지를 볼..
아빠가 만날 미안해. 삼시 세끼 밥을 위장으로 넘기는데 없어서는 안될 것이 밥이나 반찬이나 국물이나 물이나 또는 숟가락, 젓가락인 줄 알고 있던 나는 입 속의 흰 옥수수들에 무감했다. 내가 맛있게 파김치를 밥 가득 뜬 숟가락 위로 얹고, 김이 몽글몽글 오르는 라면 한 젓가락을 들어 호호 불어재끼며, 이것저것 남은 반찬들을 큰 대접에 섞고 고추장 한 숟가락 퍼 넣고 오른손 왼손으로 비빌 때 우리 아버지는 바닥에 누워 간이 소변통 뚜껑을 열고 신음하며 오줌을 누었다. 오줌 색은 술을 들이부어 썩을대로 썩어버린 위장을 부여잡고 이른아침 변기 앞에서 토해내는 신물처럼 노랗고 냄새는 지독히도 독했다. 이동식 소변통은 며칠만 세척하지 않아도 오줌 때가 더께처럼 통 바닥에 자리잡아 방 전체를 집어삼킬 듯 공기를 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