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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남편광주아빠
우울한 시간을 보내고 싶어서 우울할 것 같은 사람들을 만나 우울한 얘기나 하며 우울한 술잔을 들고 싶었다면 거짓일까? 개그콘서트의 한 코너에서 오나미는 12월 25일이 무슨 날이냐는 한민관의 질문에 쿨하게 금요일? 하고 말했다. 크리스마스 이브에 나는 한껏 우울해지고픈 마음에 술을 마시려 현관문을 열었다. 빌라 건물 밖으로 나가자 찬 바람이 가슴팍으로 달겨들었고 나는 평소처럼 아이팟을 꺼내 전원을 켰다. 루시드폴의 고등어다. 덕지덕지 껴있던 아버지 고환의 때를 미지근한 물을 부어가며 불릴 때 나는 미안하다고밖에 아버지에게 말할 수 없었다. 목욕도 자주 못해드리는 나쁜아들. 미안해 아빠. 괜찮다고 말하는 아버지의 눈가에는 말라 비틀어진 눈곱과 그틈을 비집고 스며나오는 새로운 눈곱이 껴이었다. 아버지의 몸은..
있는대로, 나이까지 30개를 먹어가는 요즘. 이 나이 먹도록 운전면허증 하나 가지지 못한 나는 어떤 일이든 시작하는 것을 마냥 두려워하는 20대 초반의 여린 학생들처럼 삶이 안절부절못하다. 사소한 것들에 집착아닌 집착을 하며 시간을 허비하고 내딛는 발걸음엔 도통 방향도, 의미도, 목적도 없다. 바람이 매우 찬데, 겨울인데, 일년이 이렇게 져가고 있는데 먹어도 먹어도 부르지 않는 희망과 마셔도 마셔도 차지 않는 가슴은 신경쓰지 않아 졸아버린 된장국처럼 짜고 또 쓰리다. 책상 앞에 의자 당겨놓고 앉아 야동보며 수음하던 모습이나, 제대로 공부하지도 않고 봤던 토익의 성적표를 받고 쿨하게 웃어넘겼던 장면이나, 고작 책 몇권 읽으면서 책과 일촌맺은듯한 고약한 냄새를 풍기는 자태들이 서른을 목도한 지금, 갑자기 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