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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남편광주아빠
(내가 일하는 훼미리마트 더 까페) 찾아가지 않는 픽업배송물이 하나 있다. 주문일자는 지금으로부터 2년전인 2008년 여름의 어느날. 나는 잠시 그 때 내가 무슨일을 하고 있었나 생각해보다 손님을 맞는다. 픽업배송물을 담은 탑차가 올 때마다 나는 서랍장에서 그 물건을 꺼내 요리조리 살펴보곤 했다. 2년전 여름 어느날 누군가에게 배송되었어야 했을 주인없는 배송물. 내용물을 궁금해하며 아르바이트 생들끼리 배송물의 주인과 찾아가지 않는 사연에 대해 얘기해보는 일들도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이런 일들이 반복되면서, 그 배송물은 내 기억에서 조금씩 잊혀졌고 나는 평소처럼 라떼킴이 되어 커피머신에 커피빈을 넣으며 바리스타를 흉내내고 있었다. 거부할 수 없는 시간에 밀려 사라진 기억들. 내 일상에서 그 물건..
김훈. 내가 읽은 책과 세상. 나는 올라 타자마자 펼쳤고 읽어내려갔다. 날씨는 화창과 꿀꿀의 중간에서 멈춰있었다. 멋있는 녀석. 창 밖에도, 정면의 꽉 막힌 차들도, 기사님의 흥얼거리는 트로트도 모른채 활자에 정신을 모았다. 그의 시론에 빠져갈 때쯤 기사님의 작은 탄식이 들렸다. 어어. 내 참. 저런건 안봐야되. 기사님은 햇빛가리게를 내려서 시야를 막았고 나는 영문없이 정면을 바라봤다. 오토바이 한 대가 쓰러져 있었다. 검은색 오토바이. 함께 묶여있어야 할 사람이 보이지 않았다. 오토바이 오른편 시야에서 헬맷을 쓴 사람이 널부러져 있었다. 그의 뒤에는 버스가 멈춰 서 있었고 사람들은 웅성 거리며 갈길을 멈추고 바라보고 있었다. 기사님이 말했다. 저사람 여러번 굴렀어. 살아는 있을랑가 몰라. 에이. 저런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