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틈/사소한 것들

무좀

김윤후 2009. 6. 15. 00:01




 균이 발바닥과 발가락 사이 전체에 퍼져 굳은살처럼 박혔다. 각질이 떨어져 나온 자라에서 벌건 핏기가 보였고 갈라진 마디에서 진물이 흘러나왔다. 양발 새끼발가락 사이가 특히 심했고 운신 중간중간 미칠듯한 간지러움으로 몸을 베베 꼬았다. 당장이라도 신발을 벗고 양말을 걷어 벅벅 긁고 싶었다. 긁어봐서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무좀으로 인한 가려움으로 발바닥과 발가락 사이를 긁을 때에는 피가 나게 긁어도 가려움이 가라앉지 않았다. 피가 스며나오는 고통과 해소되지 않는 극한의 간지러움은 동전의 양면처럼 서로 맞닿아 풀어지지 않았다. 어느 시점에서 가려움이 고통으로 변하고 유혈의 고통이 가려움으로 귀환하는지 알 수 없었다. 어머니의 풋크림을 잔뜩 쳐바르고 곳곳 스며들때까지 문지르고 또 문질렀다. 마르지 않은 남은 크림이 거실 바닥에 묻을까 발 뒤꿈치만 대고 어기적 거리며 손을 씻었다. 며칠간 온몸의 신경이 무좀의 서식처에서 머물러 있었다. 밥을 먹을때도 세수를 할 때도 피곤함으로 잠에 들 때도 무좀 생각이 좀처럼 떠나지 않았다. 그저 같이 살고 있을 뿐인 곰팡이 균사가 내 몸 전체를 휘감아 즙을 빨아먹는 상상으로 투면했다. 생각났다. 곰팡이는 Fungicide로 치료가 가능하다는 대학 전공 수업 교수님의 말씀. 먹먹한 진리는 그저 먹먹할 뿐 행동의 동기가 되지 못했다. 나는 무좀을 그냥 무좀으로 어찌하지 못할 내 일부로 생각하기로 했다. 손, 발에 땀이 너무 많다는 내 유전적 불평을 어머니는 젊음을 이유로 일축했다. '너무 젊어서 그려. 땀나는 것도 고마운 것이다.'

 

그날.

나는 무좀도 고마워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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