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남편광주아빠
비와 당신 본문
무너져 내린 하늘 구멍으로 연일 비가 쏟아진다. 비의 줄기로 앞이 보이지 않을 지경이다. 물 흘러가는 소리로 비가 내리고 사람들은 모두 안으로 들어가버렸다. 글을 쓰고 있는 여기서 밖을 봐도 사람의 그림자는 보이지 않는다. 어딜 바삐 뛰어가는 지 작은 우산이 어울리지 않는 덩치 큰 사내가 내 시야를 가로질러 간다. 나는 책상으로 의자를 당겨 컴퓨터를 켰고 또 이렇게 자판을 두들기고 있다. 어제는 엉망진창이었다. 그래도 분위기는 꽤 좋았다.
비가 내리는 날의 나는 기분이 좋았던가. 어느날엔가 비 냄새가 진해 그것에 대해 썼던 기억이 난다. 봄여름가을겨울의 비 냄새. 향기라기보다 냄새라는 말이 적절했던. 바닥부터 들끓던 그 솟아오름이 좋아 나는 비가 오면 멍하니 창 밖을 바라봤다. 그저 일없이 바라보는 것이 좋아 몇 시간이고 그렇게 창가에서 벗어나질 못했다. 진흙탕에서 비 맞으며 쉬지않고 축구하던 모습들. 각자 혼자인 우산이 아쉬워 한 우산 속에 머릴 들이밀고 수다 떨던 유년의 하루들. 네 어깨가 비에 젖을 까 걱정으로 우산을 한 쪽으로 기울이던 설익은 사랑의 조각들. 이런저런 생각들이 버무려져 복잡할 즈음이 되면 나는 창을 닫고 비와 멀어졌다.
삶의 그늘이 발 바닥부터 휘감겨 질척거릴 때, 나는 무척 힘들었다. 거부할 수 없는 경제논리에 매맞고 돌아오는 저녁이면 속으로 나는 비가 내리길 바랬다. 너와의 이루어 질 수 없는 사랑의 갈증은 내가 향하는 모든 곳을 사막으로 바꾸었고 그 속에서 나는 몸이 반쯤 모래에 파 묻힌 낙타처럼 타는 그리움으로 힘겨웠다. 비라도 시원하게 내렸으면. 나는 늘 비가 없는 곳에서 비를 원했다. 바라보는 하늘. 구름이 빠르다.
비는 울음같다. 진부하지만 그래도 비가 눈물 같다는 사실은 좀 멋있다. 사랑을 시작하거나 진행중이거나 끝내려는 사람들에게 비는 좋은 매개체. 사랑의 모든 단어들이 비처럼 내릴 때, 나는 그 말들을 받아 줄 사람을 곁에 두지 못했다. 비 속에서 사람들은 사랑을 확인하고 비 속에서 사람들은 이별을 아파했다. 힘들고 아파하는 사랑의 시련 속에 눈물처럼, 울음처럼 내리는 비는 남자를 혹은 여자를 길거릴 뛰게 만들었다. 시야가 흐려지고 내 마음 까지도 흐려졌던 이별의 순간. 눈물은 비가되어 떨어지고 사람들은 멈추고 이별의 시간만 흐르는 아픔. 울음같은 비는 한없이 슬프다.
분명 어딘가는 침수되고 도로는 유실되었을 것이다. 범람하는 하천으로 농부는 잠을 이루지 못할 것이며 햇빛 들이기 힘들었던 반지하나 지하 주민들은 무섭게 달겨드는 빗물을 퍼내느라 곤욕을 치뤘을 것이다. 교통 체증은 짜증의 수위를 넘길 것이고 밖으로 나올 생각 없는 사람들 때문에 상인들의 주름은 깊어질 것이다. 비가 늘 좋은 것만은 아닌 듯 하다. 바라보는 비에 감상을 싣고, 추억에 젖고, 차가운 스산함에 웃음 짓는 일들이 남다르게 주어지는 행복임을 사람들을 알고 있을까. 비 갠 후 넘쳐나는 감정의 잔해들을 주우러 꾸역꾸역 길거리로 쏟아지는 사람들의 얼굴에 웃음이 피는 건 어쩌면 소중한 행복일지 모른다. 비는 결국 그칠 것이고, 사람들은 또 거리를 활보하겠지. 감정이 홍수되어 밤하늘을 메울 때 비는 또 내려 차분히 감정을 정화시킬 것이다.
늘 그렇지만 오늘은 특히 글에 두서가 없다. 젠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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