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남편광주아빠
혼자있는 것은 누가 뭐래도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혼자 있음을 즐기고 혼자 밥먹고 혼자 영화보고 혼자 길거리를 걸어가는 시간시간을 혼자 향유하고 다른 무언가를 기다리지 않고 있다고 말하겠지만 아니다. 어쩌면 우리는 나면서 죽을 때까지 기억나지 않는 누구와 본적없는 풍경과 쉬지않은 공기와 맡지 않은 향기들을 무작정 기다리고 있는 것인지 모른다. 혼자 있을 때 누구에게라도 섬광처럼 외로움이 찾아오는 것도 기다림에는 끝이 없기 때문이라고 믿는다. 기다림은 늘 외로움을 달고 온다. 해가 사라진 자리에 노을이 자리잡고 나면 나는 늘 철봉에서 내려와 집으로 달려갔다. 학교에서 집까지 향한 길은 갈래길 없는 외길이었다. 길 양 옆으로 누런 벼들이 바람에 흩날리며 가을빛들을 뿌려댈 때 나는 참을 수 없는 기다..
오늘 부산의 낮 기온이 2월 하순 기온관측사상 처음으로 20도를 넘어섰습니다. 오늘 낮은 전국 곳곳에 이상고온현상이 나타났는데요. 서울역시 관측사상 처음으로 2월 하순 기온이 15도를 넘어서는 등 초여름 날씨처럼 후텁지근한 햇볕으로 시민들은 더위를 느낄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이상고온현상은 내일 서울을 포함 전국적으로 비가 내리면서 한 풀 꺾이겠습니다. 자세한 날씨소식에 OOO기잡니다. 이상한 꿈에서 깬 후 나는 0.5초도 되지 않아 정신이 말짱해졌다. 이상한 꿈이었다. 누군가가 코풀듯 신춘문예에 당선되버리고는 살짝 올린 입꼬리로 내 앞에서 그 사실을 토해내는 장면이 꿈을 깨고나서도 환영처럼 천정에 펼쳐졌다가 순식간에 사라졌다. 급한 마음에 꿈을 잇고 싶어 다시 잠을 청하려 했지만 정확히 1분 뒤 몇발자국..
매일 울고 매번 웃는 시간들 속에서 감정이 점점 소진되고 있다. 오랜만에 상경한 대학 동기녀석은 그의 팔짱을 낀 폴랑거리는 여자친구를 달고 나타났다. 실실대지는 않았지만 그간의 연애가 녀석에게 좋은 인상으로 남았던지 전체적으로 편안한 모습이었다. 날은 맑아 하늘에 구름한점 없었으며, 시원한 바람 속에 검은 하늘을 올려다 봤을 때 유난히 별이 잘 보이는 저녁이었다. 한참동안 자리에 서서 고개를 쳐들고 하늘을 바라보고 있을 때 내곁으로 그녀석이 다가왔다. 녀석의 여자친구와. "뭐해?" "그냥." 술을 마셨다. 간만에 들른 휘모리에서 늘 마셨던 사과소주와 늘 먹었던 모듬꼬치를 시켜놓고 녀석과 녀석의 여자친구와 마주앉아 그간 녀석의 연애담과 앞으로의 계획과 서울로 올라온 오늘 하루동안의 이러저러한 일들을 들으며..
골목의 각질 강윤미 골목은 동굴이다 늘 겨울 같았다 일정한 온도와 습도가 유지되었다 누군가 한 사람만 익숙해진 것은 아니었다 공용 화장실이 있는 방부터 베린다가 있는 곳까지, 오리온자리의 1등성부터 5등성이 동시에 반짝거렸다 없는 것 빼고 다 있다는 표현처럼 구멍가게는 진부했다 속옷을 훔쳐가거나 창문을 엿보는 눈빛 덕분에 골목은 활기를 되찾기도 했다 우리는 한데 모여 취업을 걱정하거나 청춘보다 비싼 방값에 대해 이야기했다 닭다리를 뜯으며 값싼 연애를 혐오했다 청춘이 재산이라고 말하는 주인집 아주머니 말씀 알아들었지만 모르고 싶었다 우리가 나눈 말들은 어디로 가 쌓이는지 궁금해지는 겨울 초입 문을 닫으면 고요보다 더 고요해지는 골목 희미하게 새어 나오는 인기척에 세를 내주다가 얼굴 없는 가족이 되기도 했다..
(내가 일하는 훼미리마트 더 까페) 찾아가지 않는 픽업배송물이 하나 있다. 주문일자는 지금으로부터 2년전인 2008년 여름의 어느날. 나는 잠시 그 때 내가 무슨일을 하고 있었나 생각해보다 손님을 맞는다. 픽업배송물을 담은 탑차가 올 때마다 나는 서랍장에서 그 물건을 꺼내 요리조리 살펴보곤 했다. 2년전 여름 어느날 누군가에게 배송되었어야 했을 주인없는 배송물. 내용물을 궁금해하며 아르바이트 생들끼리 배송물의 주인과 찾아가지 않는 사연에 대해 얘기해보는 일들도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이런 일들이 반복되면서, 그 배송물은 내 기억에서 조금씩 잊혀졌고 나는 평소처럼 라떼킴이 되어 커피머신에 커피빈을 넣으며 바리스타를 흉내내고 있었다. 거부할 수 없는 시간에 밀려 사라진 기억들. 내 일상에서 그 물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