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남편광주아빠
바이올렛. 제비꽃. 4 ~ %월에 자주색의 꽃이 잎 사이에서 나온 꽃줄기 끝에 한 개씩 옆을 향하여 피고 열매는 삭과이다. 어린잎은 식용한다. 한국, 일본, 중국, 시베리아 동부 등지에 분포한다. 네이버에 바이올렛을 쳐보니 위와 같은 설명이 나왔지만 무슨 말인지 잡을 수 없이 희미했다. 그저 보라색정도로만 알고 있던 나였다. 보라색. 죽음을 앞두고 있는 사람들이 좋아한다고 어느 책에선가 읽었던것 같다. 난 보라색을 그다지 호감있어하지 않는다. 선홍보다 더 피의 본질을 담고 있는 빛깔이어서도 하고 동시에 짙은 블루의 심연을 간직하고 있는 것 같아서 쉽게 다가갈 수 없는 색이었다. 빠지면 헤어나올 수 없는 늪의 색이 보라색은 아닐까. 보이지 않는 너의 사랑 저편에 만발한 꽃의 색이 아닐까. 확실하게 잡을 수..
바람이 많이 부는 계절이다. 이맘때쯤이면 바람도 옹골차게 영글어 그 탱탱한 속살을 나뭇가지 속, 도시의 빌딩 사이, 그리고 지나치는 사람들 사이에 남겨두고 간다. 조금은 센치해질 수 있는 오후. 바람은 그렇게 왔다가 너를 훑고 지나간다. 마치 네 기억에 안쓰러운 위로의 쓰다듬을 내려놓고 가는 것 처럼. 이런 날 이 노래 안들을 수 없다. 바람,어디에서 부는지 덧문을 아무리 닫아 보아도 흐려진 눈앞이 시리도록 날리는 기억들 어느샌가 아물어 버린 고백에 덧난 그겨울의 추억 아.. 힘겹게 사랑한 기억 이제는 뒤돌아 갔으니 바람은 또 어디에서 불어 오는지 내 맘에 덧댄 바람에 창 닫아 보아도 흐려진 두 눈이 모질게 시리도록 떠나가지 않은 그대 혼자라는게 때론 지울 수 없는 낙인같아 살아가는게 나를 죄인으로 만드..
아무것도 하지 않는 날의 아침, 오후, 저녁은 그저 듣거나 보거나 하는 일들이 속을 채운다. 그저 일어나 이불을 개고 샤워를 하고 팬티를 갈아입고 인터넷을 한번 항해하고 집을 나와 버스를 탄다. 학교에 도착해서 후배를 만나고 밥을 먹고 시체처럼 팔, 다리, 허리가 잘려나간 은행나무 무덤앞 동네커피숍에서 핫초코를 주문해 마신다. 돌아와 책을 읽고 잠에 빠지며 일어나 다시 책을 보고 글을 써본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날의 일상은 무료하고 공허하고 고독하다. 나는 잠시 눈을 감고 내가 나를 버리고 있다는 생각을 잊으려 노력한다. 오늘도 나는 나를 몇번이나 진창에 처박았나. 무능력한 나를, 지루한 나를, 쓸데없이 생각만 많은 나를. 하지만 처박아도 오뚝이처럼 일어나 저승사자처럼 걸어오는 나. 나는 결국 버려진 ..
김연수 경북 김천에서 태어나 성균관대 영문과를 졸업했다. 1993년 [작가세계] 여름호에 시를 발표하고, 1994년 장편소설[가면을 가리키며 걷기]로 제3회 작가세계문학상을 수상하며 본격적인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장편소설[굳빠이, 이상]으로 2001년 동서문학상을, 소설집[내가 아직 아이였을 때]로 2003년 동인문학상을, 소설집 [나는 유령작가입니다]로 2005년 대산문학상을, 단편소설 [달로간 코미디언]으로 2007 황순원문학상을, 단편소설 [산책하느 이들의 다섯 가지 즐거움]으로 2009년 이상문학상을 수상했다. 그 외에 장편소설 [7번 국도][사랑이라니, 선영아]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밤은 노래한다] 소설집[스무 살], 산문집[청춘의 문장들][여행할 권리]등이 있다. 내게 있어 그의 첫 ..
내 안의 욕망이 고개를 드는 순간에 나는 버티기 보다 쉽게 무너져 내렸다. 술자리에서 취기를 이기지 못함에도 계속 술잔에 술을 따랐고, 이른 새벽 봉두난발로 침대에서 벗어나야 하는 시간에 잠을 이기지 못했고, 삶의 곤궁 속에서도 그녀와 방탕한 사랑을 즐겼다. 절제, 인내, 중용의 덕들은 순식간에 허물어지고 그 자리에 썩은 욕망의 탑이 세워졌다. 나는 쉽게 무너져 내렸다. 같은 경험을 가진 사람이 반갑게만 다가오는 것은 아니다. 그 경험이 숨겨야만 하는 경험이고, 그 경험의 치부를 감쌀 포장지가 너무 가볍다 싶으면 경험의 공감대는 거부감을 만들어 낸다. 또 다른 더러운 내가 내 옆에 있다는 사실은 내 심장에서 검은 피가 흘러나오는 것을 직접 보는 것처럼 역겹다. 그냥 싫은 것이다. [꽃의 기억]에서 박경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