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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남편광주아빠
있는대로, 나이까지 30개를 먹어가는 요즘. 이 나이 먹도록 운전면허증 하나 가지지 못한 나는 어떤 일이든 시작하는 것을 마냥 두려워하는 20대 초반의 여린 학생들처럼 삶이 안절부절못하다. 사소한 것들에 집착아닌 집착을 하며 시간을 허비하고 내딛는 발걸음엔 도통 방향도, 의미도, 목적도 없다. 바람이 매우 찬데, 겨울인데, 일년이 이렇게 져가고 있는데 먹어도 먹어도 부르지 않는 희망과 마셔도 마셔도 차지 않는 가슴은 신경쓰지 않아 졸아버린 된장국처럼 짜고 또 쓰리다. 책상 앞에 의자 당겨놓고 앉아 야동보며 수음하던 모습이나, 제대로 공부하지도 않고 봤던 토익의 성적표를 받고 쿨하게 웃어넘겼던 장면이나, 고작 책 몇권 읽으면서 책과 일촌맺은듯한 고약한 냄새를 풍기는 자태들이 서른을 목도한 지금, 갑자기 왜..
* 1 * H가 형의 전화를 받고 모텔을 빠져나와 집으로 달려가 현관문을 열었을 때 이미 상황은 휴전기로 돌입하고 있었다. 그의 형은 자기 방에서 사태를 방관하며 어쩔 줄 몰라 하고 있었고 그의 작은누나는 H와 그의 형과 그의 누나 모두를 잉태했던 그들의 엄마의 머리채를 한움큼 쥐어잡고 씩씩 대며 무슨 말인가를 해대고 있었다. H의 엄마는 입 근처가 심하게 긁힌 듯 베어나온 피가 번져 입이 귀까지 찢어져 마스크를 하고 다닌 다는 홍콩처녀귀신이 마스크를 벗은 것 처럼 괴기스럽게 머리채를 붙잡힌 채 정신없이 떨고있었다. 그녀의 동공은 이미 반쯤 풀려있었고 응수하지 못하고 이내 허공에서 가로저어지는 팔을 어깨에 매단 채 쓰러지기 일보 직전이었다. H가 전화로 작은누나와 엄마가 싸우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잠이 오지 않아 며칠 전 사두었던 도종환 시인의 시집을 펼쳐들었다. [가지 않을 수 없던 길]을 읽고 나서 왠지 시집으로는 졸음을 불러올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두번 째 시를 읽으면서 나는 이미 시를 분석하고 있었기에, 그리고 시 속에서 내게로 던져지는 의미들에 대해 허공에 잡념을 섞어 스케치하고 있었기에 나는 '탁' 소리와 함께 시집을 접어 책상 위로 던져버렸다. 도종환 시인에게 별로 미안하지는 않았다. 습기가 없이 건조한 공기 속에 답답한 감이 없지 않아 나는 창문을 열었다. 11월의 차가운 겨울 바람이 거리를 두고 멀리서 다가와 다시 멀리로 불려가길 반복 하면서 나는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아니, 청명한 공기 속에서 다시 희미하게라도 남아있는 잠이 달아나버린다면 다신 꿈 속으로 들어갈 ..
변덕쟁이 하루에도 열두 번씩 요랬다조랬다 화를 내다 웃고 마는 그대는 변덕쟁이 웬일일까 궁금해서 이렇게 저렇게 물어봐도 대답 없는 그대는 변덕쟁이 밤하늘에 별을 보고 아름답다하더니 내 곁에 다가와서 저별은 너무 외로워 밤하늘에 달을 보고 아름답다하더니 내 곁에 다가와서 저 달은 너무 쓸쓸해 아- 언제 봐도 요랬다조랬다 아- 가끔씩은 얄밉기도 하지만 그대는 나의 귀여운 변덕쟁이 ( 출처 : 가사집 http://gasazip.com/1065 ) 전에 박상민이 불렀던 노래였는데 귀에 맴돌기만 하고 어떤 가수의 노래인지 알 수가 없었다. 김현식이라고 생각할 수 없었는데 - 비트가 너무 경쾌하고 방방 떠서 - 그의 2집 사랑했어요 앨범의 마지막 곡이었다 '그녀'로 생각했던 변덕쟁이는 인터넷으로 가사를 뒤지다 결국..
쓸쓸한 오후 김현식 비 오는 날 플래트 홈에서 그대 떠나보내고 비 오는 날 창가에 홀로 앉아 아쉬움 달래 보네 눈처럼 하얀 손가락 맑은 눈동자 고운 그 마음 같네 지금은 텅빈 마음과 슬픈 추억들 고독만 남았네 오 --- 오 --- 쓸쓸한 오후였네 유재하가 1987년 11월 1일에 세상을 떠나고 정확히 3년 뒤 같은 날 김현식도 숨을 거둔다. 아침부터 소곤히 비가 내려 시린 겨울날. 무료하게 책이나 씹으며.
낙엽이 흔들리는 것에 시선을 두다 보면 당연한 것이지만 바람에 흔들리는 낙엽외에는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낙엽을 쓰고 싶었고 바람을 적고 싶었고 너른 평야와 산과 들, 광대무변한 바다를 옮기고 싶었던 내 글세계에서 나는 갓 태어나 옹알이도 어수룩한 핏덩이였다. 그저 하루를 적어 배설했고 그 내용과 구성의 조악함에 나는 매일을 좌절했다. 내가 본 것들을 무어라 말할 수 있을지, 아니 꼭 말 되어져야 하는데 왜 내 입은 묵언수행 부처처럼 열리지 않는 것인지. 머리가 빠지고 한숨이 깊어지고 발걸음은 무거워만 지는데, 내 머릿속 자판위에 먼지는 쌓여가는데 하릴없이 나는 그저 아득했고 내 풍경은 그저 무심했다.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고등학교 동창 두놈과 마주앉은 바람불어 코끝이 찡한 겨울 어느날, 우리는 문을 ..
행복한 나를 몇번인가 이별을 경험하고서 널 만났지 그래서 더 시작이 두려웠는지 몰라 하지만 누군갈 알게되고 사랑하게 되는 건 니가 마지막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나처럼 바쁜 하루 중에도 잠시 내 목소릴 들으며 함께 있는 것처럼 너도 느껴지는지 매일밤 집으로 돌아갈 때 그곳에 네가 있다면 힘든 하루 지친 이 마음이 내 품에 안결쉴 텐데 지금처럼만 날 사랑해줘 난 너만 변하지 않는다면 uh 내 모든걸 가질 사람은 너뿐이야 난 흔들리지 않아 넌 가끔은 자신이 없는 미래를 미안해 하지마 잊지 말아줘 사랑해 너와 함께 라면 이제 행복한 나를 바쁜 하루 중에도 잠시 내 목소릴 들으며 함께 있는 것처럼 너도 느껴지는지 매일밤 집으로 돌아갈 때 그곳에 네가 있다면 힘든 하루 지친 이 마음이 내 품에 안결쉴 텐데 지금처럼만..
내가 안개를 본적이 있던가. 서울엔 안개가 없다. 안개는 서울 길바닥에 산재한 꽃집에만 안개꽃으로 존재한다. 내 기억속의 안개는 고향의 안개다. 이른 아침, 아궁이에 장작이 불을 뿜고 솥에서 김이 오를때 나는 고소하고 기름진 냄새를 맡으며 잠에서 깼다. 그리고 부시시한 눈을 비비며 문을 열면 마당엔 온통 안개가 내려있었다. 어디선가 닭울음소리 들리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할머니는 밥그릇에 개밥담아 내려놓고 계셨다. 백화가 밥그릇 할짝대는 소리가 꿈처럼 들려오고 아버진 아침부터 온대간대 없었다. 내게 안개는 포근한 솜이불 같았다. 안개 뒤편엔 꼭 아버지가 털털거리는 경운기를 몰고 집으로 오고있을 것만 같았고 우리집 백화 - 녀석의 털빛이 하얀 꽃을 닮았다 하여 할머니께서 지으셨다. 할머닌 4년전에 돌아가셨다..
현실은 늘 질척거린다. 진창 속에 발을 담그고 가뿐 숨을 쉬는 사람들은 오늘을 견뎌내기가 힘겹다. 누군가는 태어나고 또 누군가는 죽어나가는 시간의 연속선상에서 바람은 불고 비는 내리고 해는 뻘겋게 아가리를 벌리고 떠있다. 살려고 발버둥치는 사람들의 그 발버둥은 거울을 보는 것처럼 안쓰럽다. 말 되어질 수 없는 것들에 대한 말들이 해무海霧되어 그림자를 잠식하고 삶은 그 속에서 연명해 나간다. 나는 현실을 현실로서 받아들이고 되어질 수 없는 것들을 말로써 잡아두려는 어중이다. 그러나 김훈의 글 속에서, 말들은 세계를 해체하고 날아가는 새들을 그저 풍경으로 놔두는 말들이었다. 하나마나 한 말들을 하면서 하나마나 한 삶을 노래하는 김훈의 언어들은 늘 나에게 무서운 집중력을 요구했다. 그의 문장들은 현실 속에 뿌..
(사진출처 : 굿모닝 프레지던트 공식 홈페이지 http://www.president2009.co.kr) 어색한 일을 해결하려 전화했던 친구녀석과의 대화 끝에 녀석은 자기병원에서 고객들을 상대로 영화 시사회를 한다고 했다. 강남에 소재한 대한민국 탑 3안에 든다는 유명한 병원이었기에 고객을 상대로 영화관 한 관을 전세해 시사회를 한다는 녀석의 말이 평소 녀석의 허풍같진 않았다. 흔쾌히 가겠노라 대답했다. 마침 김훈의 '공무도하'를 다 읽은 때였고, 술 한잔 할 기분이었지만 같이할 사람도 주변에 없었기에 딱히 거절할 상황도 아이었다. 지하철을 탔고 7시가 못되어 강남역에 내렸다. 간첩 리철진, 킬러들의 수다, 아는 여자, 웰컴투 동막골(각본), 박수칠 때 떠나라, 아들, 바르게 살자 가 내가 본 장진 감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