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남편광주아빠
내가 좋아하는 것 네가 좋아하는 것 본문
회사 앞에서 술을 한잔 하며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다가
'좋아하는 드라마'에 대해 말하기 시작했다.
팀장님은 인생드라마를 꼽으라면 어떤 드라마가 생각나시나요?
곰곰이 생각하다가 어떤 드라마를 얘기했고 그 얘기를 들으면서
나도, 술자리의 다른 후배들도 아마
내가 좋아했던 드라마는 뭐였지?
한켠에 생각해두고 있었을 거다.
드라마에서 영화로, 영화에서 음악으로
주제를 옮겨가며 우리는 서로의 시선에 대해 긴 시간 수다를 떨었다.
오랜만에 술자리에 술이 주가 아니라 내가, 함께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주가된 것 같았다. 그런 술자리는 늘 뒤끝이 좋다.
그 사람의 생각을 저장해두게 된다. 그 사람 자체를 저장해두게 된다.
대학교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엄청나게 많은 술을 마셨을 텐데
요 근래부터 술자리가 꺼려진다. 늘 하던 농담들, 회사 욕, 상사 욕,
아재개그, 놀림 등등 말 그대로 늘 하던 것들인데 그러다가 끝나고 나서
집으로 가는 걸음이 무겁다. 하지못한 뭔가가 조금씩 발등으로 쌓인다.
내가 하고 싶은 소통은,
내가 원하는 공감은 뭘까?
난 대체 무슨 얘기가 듣고싶었고, 어떤 얘기가 하고 싶었던 걸까?
진짜 얘기가 있을 것 같은데,
내 안에도 진짜 얘기가 있는데 술자리에서는 늘 테이블 주변에만 머물고
테이블 위에서는 가십들만 나뒹구는 것 같은 느낌
어차피 회사라서,
결국엔 회사라서 그런걸지도 모르겠다.
명백한 위계, 공유되는 업무, 개인의 능력이
감정이나 감성, 세상을 보는 시선보다 우선되는 공간이니까.
과장달고 센치해진것 같다.
좀 조용히 지내야 하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