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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준이에게는 모든걸 다 얘기해야 한다. 잠시 눈을 돌리거나 당장 회피하기 위해 현준이에게 거짓말을 했다가 들켰을 때 현준이가 실망한 듯 자지러지게 울던 모습을 봤기 때문이다. 또 언어 발달정도가 상상을 초월해서 내게 물어보는 수준이나 설명해주는 수준이 너무 높다. 그리고 상황에 대한 기억력도. 어떻게 그렇게 얘기할 수 있을까? 싶은 말들을 요새 폭풍 쏟아내고 있는 우리 현준이. 광주에 내려가 아내와 아이들과 주말을 보내고 올라가야 하는 날 나는 조금 안절부절 못한다. 현준아. 아빠 오늘 서울 가. 아빠! 오늘 서울에 가요? 응 아빠 오늘 서울에 가요. 아빠가 어제 얘기했죠? 응. 알아요. 그리고 나서 현준이의 표정은 시무룩. 잠깐이라지만 헤어진다는건 슬픈거구나. 현준이를 보면서 늘 느낀다. 아무튼. 가야..
"자기야 현준이랑 너무 뽀뽀하고싶어. 하고 싶은 걸 참는게 너무 힘들어" 현준이가 채 100일도 지나지 않았을 때 아내에게 했던 말이다. 아이가 포동포동 살이 오르고 얼굴에 귀여움이 덕지덕지 뭍어나는데 뽀뽀를 할 수 없다니. 그 때의 아내와 나는 혹시나 세균이 옮을까봐 볼에도 뽀뽀를 하지 않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러지 않았어도 되는데. "현준아 뽀뽀~! 한 번 더~! 마지막으로~! 현준이와 뽀뽀 할 때 꼭 세번 해버릇했더니 내가 하자고 할 때마다 꼭 세번 해준다. 이제는 뽀뽀가 자연스러운지 뽀뽀로 장난을 치기도 하고 아침에 일어나면 둘째 민준이에게 달려가 현준이가 직접 볼에 뽀뽀를 해준다. 나는 현준이와 뽀뽀를 하면서 항상 이말을 덧붙혀 주는데 "현준아! 아빠는 정말 현준이가 좋아. 세상에서 젤로젤로 ..
"아빠. 저게 뭐에요" 현준이가 십자가를 가르켰다. 늘 하던 밤 산책 중에 밝게 불이 켜진 십자가가 궁금해진 녀석. "응~ 사람들이 기도하는 곳이야!" 말이 아직 서툰 현준이는 아무말 없이 나를 쳐다봤다. 내가 하는 말이 뭔지 모르겠다는 의미다. "현준아. 이렇게 해서 눈을 감고 좋아하는 사람을 생각하는거야. 그리고 다치지 않도록 해달라고 하는거야. 이렇게. 이렇게" 나는 두 손을 합장하듯 모으고 볼 옆으로 갖다 대면서 눈을 감아 보였다. "이렇게?" 현준이가 바로 따라했다. 고사리 같은 손을 모르고 눈은 감지 않으면서 고개를 오른쪽으로 숙이며. 내가 하는 행동은 다 따라하고 싶은 녀석. 기도라는 말은 몰라도, '좋아하는 것', '눈을 감는 것', '다치지 않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기에 그렇게 말해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