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틈/음표 (10)
서울남편광주아빠
요새 자주 듣는 10cm의 노래. 사랑은 은하수 다방에서. 봄이라서 그런지 연애 중이라서 그런지 멜랑꼴리한 노래를 찾아 듣다가 소리바다 인디 카테고리에서 발견한 노래. 제이슨 므라즈의 Lucky 와 비슷한 느낌의 노래가 아닐지. 그녀는 다방, 그러니까 까페에 가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카페에 가서도 늘 제일 싼 아메리카노만 먹더라구. 뭐 그게 취향일지 모르지만 카페에 갈 때마다 자기 집 주변의 무척 값싼 커피를 파는 곳을 말하며 '거기가 훨씬 싼데...' 하고 샐쭉거리는 걸 보면 요즘 애들처럼 커피홀릭은 아닌 듯. 자주가는 다방에서 생각이 나 만든 노래라니 우리 학교 앞에도 안암다방이 있지 않았었나? 신입생때 95 선배들이랑 한 번 갔었던 거 같은데. 아무튼. 주저리주저리 두서없고 정신없고 뭔가모르..
모두들 집으로 가버리고 나는 만지작 거릴 전화기도 없었다. 제도권을 저 혼자 뛰쳐나온 것 같은 무한자유와 넘치는 해방감으로 나는 한달만에 20만원이 넘는 통화를 해댔고 결국 어머니께 핸드폰을 압수당한 상태였다. 3월 말, 나는 역시나 늦은 달빛을 핑계삼아 집에 들어가고싶지 않았다. 그것말고도 핑계는 많았지만 분무처럼 뿌려진 달무리를 등지고선 도저히 집에 갈 수가 없었다. 장승앞에 서서 동기들을 부르고 싶었다. 터벅터벅 과방으로 발길을 옮기는데 울컥울컥 터지는 외로움에 늑골이 시려왔다. 하나의 무리에 속하지 못했던 나는 그 시절 본의 아니게 아웃사이더처럼 캠퍼스 언저리를 맴돌았고 날이 저물어 지칠 즈음 늘 과방에서 기억나지 않는 누군가를 기다리다 집으로 돌아가곤 했다. 숨가쁜 적막 속에서 과방문을 살짝 열..
우울한 시간을 보내고 싶어서 우울할 것 같은 사람들을 만나 우울한 얘기나 하며 우울한 술잔을 들고 싶었다면 거짓일까? 개그콘서트의 한 코너에서 오나미는 12월 25일이 무슨 날이냐는 한민관의 질문에 쿨하게 금요일? 하고 말했다. 크리스마스 이브에 나는 한껏 우울해지고픈 마음에 술을 마시려 현관문을 열었다. 빌라 건물 밖으로 나가자 찬 바람이 가슴팍으로 달겨들었고 나는 평소처럼 아이팟을 꺼내 전원을 켰다. 루시드폴의 고등어다. 덕지덕지 껴있던 아버지 고환의 때를 미지근한 물을 부어가며 불릴 때 나는 미안하다고밖에 아버지에게 말할 수 없었다. 목욕도 자주 못해드리는 나쁜아들. 미안해 아빠. 괜찮다고 말하는 아버지의 눈가에는 말라 비틀어진 눈곱과 그틈을 비집고 스며나오는 새로운 눈곱이 껴이었다. 아버지의 몸은..
있는대로, 나이까지 30개를 먹어가는 요즘. 이 나이 먹도록 운전면허증 하나 가지지 못한 나는 어떤 일이든 시작하는 것을 마냥 두려워하는 20대 초반의 여린 학생들처럼 삶이 안절부절못하다. 사소한 것들에 집착아닌 집착을 하며 시간을 허비하고 내딛는 발걸음엔 도통 방향도, 의미도, 목적도 없다. 바람이 매우 찬데, 겨울인데, 일년이 이렇게 져가고 있는데 먹어도 먹어도 부르지 않는 희망과 마셔도 마셔도 차지 않는 가슴은 신경쓰지 않아 졸아버린 된장국처럼 짜고 또 쓰리다. 책상 앞에 의자 당겨놓고 앉아 야동보며 수음하던 모습이나, 제대로 공부하지도 않고 봤던 토익의 성적표를 받고 쿨하게 웃어넘겼던 장면이나, 고작 책 몇권 읽으면서 책과 일촌맺은듯한 고약한 냄새를 풍기는 자태들이 서른을 목도한 지금, 갑자기 왜..
변덕쟁이 하루에도 열두 번씩 요랬다조랬다 화를 내다 웃고 마는 그대는 변덕쟁이 웬일일까 궁금해서 이렇게 저렇게 물어봐도 대답 없는 그대는 변덕쟁이 밤하늘에 별을 보고 아름답다하더니 내 곁에 다가와서 저별은 너무 외로워 밤하늘에 달을 보고 아름답다하더니 내 곁에 다가와서 저 달은 너무 쓸쓸해 아- 언제 봐도 요랬다조랬다 아- 가끔씩은 얄밉기도 하지만 그대는 나의 귀여운 변덕쟁이 ( 출처 : 가사집 http://gasazip.com/1065 ) 전에 박상민이 불렀던 노래였는데 귀에 맴돌기만 하고 어떤 가수의 노래인지 알 수가 없었다. 김현식이라고 생각할 수 없었는데 - 비트가 너무 경쾌하고 방방 떠서 - 그의 2집 사랑했어요 앨범의 마지막 곡이었다 '그녀'로 생각했던 변덕쟁이는 인터넷으로 가사를 뒤지다 결국..
쓸쓸한 오후 김현식 비 오는 날 플래트 홈에서 그대 떠나보내고 비 오는 날 창가에 홀로 앉아 아쉬움 달래 보네 눈처럼 하얀 손가락 맑은 눈동자 고운 그 마음 같네 지금은 텅빈 마음과 슬픈 추억들 고독만 남았네 오 --- 오 --- 쓸쓸한 오후였네 유재하가 1987년 11월 1일에 세상을 떠나고 정확히 3년 뒤 같은 날 김현식도 숨을 거둔다. 아침부터 소곤히 비가 내려 시린 겨울날. 무료하게 책이나 씹으며.
행복한 나를 몇번인가 이별을 경험하고서 널 만났지 그래서 더 시작이 두려웠는지 몰라 하지만 누군갈 알게되고 사랑하게 되는 건 니가 마지막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나처럼 바쁜 하루 중에도 잠시 내 목소릴 들으며 함께 있는 것처럼 너도 느껴지는지 매일밤 집으로 돌아갈 때 그곳에 네가 있다면 힘든 하루 지친 이 마음이 내 품에 안결쉴 텐데 지금처럼만 날 사랑해줘 난 너만 변하지 않는다면 uh 내 모든걸 가질 사람은 너뿐이야 난 흔들리지 않아 넌 가끔은 자신이 없는 미래를 미안해 하지마 잊지 말아줘 사랑해 너와 함께 라면 이제 행복한 나를 바쁜 하루 중에도 잠시 내 목소릴 들으며 함께 있는 것처럼 너도 느껴지는지 매일밤 집으로 돌아갈 때 그곳에 네가 있다면 힘든 하루 지친 이 마음이 내 품에 안결쉴 텐데 지금처럼만..
바람이 많이 부는 계절이다. 이맘때쯤이면 바람도 옹골차게 영글어 그 탱탱한 속살을 나뭇가지 속, 도시의 빌딩 사이, 그리고 지나치는 사람들 사이에 남겨두고 간다. 조금은 센치해질 수 있는 오후. 바람은 그렇게 왔다가 너를 훑고 지나간다. 마치 네 기억에 안쓰러운 위로의 쓰다듬을 내려놓고 가는 것 처럼. 이런 날 이 노래 안들을 수 없다. 바람,어디에서 부는지 덧문을 아무리 닫아 보아도 흐려진 눈앞이 시리도록 날리는 기억들 어느샌가 아물어 버린 고백에 덧난 그겨울의 추억 아.. 힘겹게 사랑한 기억 이제는 뒤돌아 갔으니 바람은 또 어디에서 불어 오는지 내 맘에 덧댄 바람에 창 닫아 보아도 흐려진 두 눈이 모질게 시리도록 떠나가지 않은 그대 혼자라는게 때론 지울 수 없는 낙인같아 살아가는게 나를 죄인으로 만드..
한 후배 녀석이 끝나버린 사랑에 코를 박고 울고 있어 슬프다. 녀석도 여자인지라 닭똥같은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면 나는 어찌할 방도를 몰라 짜증이 솟구친다. 얼마동안, 무작정 그녀를 이리 아프게하는 사람을 욕하고, 비난했으며 어떤 사람인지 몰라도 후에 만나게 되면 혼구녕을 내주겠다며 으름장을 놓기도 했지만 속수무책이었다. 그 사람이 후배의 가슴에 너무 깊이 뿌리를 내린 후였다. 깊은 뿌리는 밑둥을 잘라낸다고 죽지 않는다. 옮겨 심는 수밖에. 술 한잔에 눈물 한방울. 녀석 큰 눈에서 눈물이 소주잔으로 떨어질 때마다 나는 일회용 티슈를 몇장 끄집어 내 건냈다. 몇 번 접어서 우아하게 눈물을 찍어 내던 모습은 또 어찌나 우습던지. 그래도 아직은 어리고 귀여운 후배다. 내 잘못을 하나 말하고 용서를 구하자면...
감정이 힘겨울 때 발이 무거울 때 누군가에게 정신을 기대고 싶을 때 나는 사람에게 다가가기 보다 음악에 기댔다. 나도 어쩔 수 없는 상황에거 진부한 가사가 울컥 마음을 헤집어 놓는 건 내 처지가 슬퍼보여서 일까. 때론 음악이 어지렵혀진 감정선들을 제자리로 돌려놓기도 한다. 김동률의 노래는 대표곡 이외에 많이 아는 곡이 없을 정도로 내게 익숙하지 않았다. 흔히 남자들의 로망으로 불러재껴지는 '취중진담'이나 최근에 알렉스가 불러서 좀 떴던 '아이처럼'이 내 수준이었다. 김동률 콘서트 앨범을 통으로 아이팟에 집어넣고 버려두고 있던 차에 '그건 말야'를 재생했다. 역시나 좀 울컥했다. 가사? 역시 진부하다. 그러나 어쩌겠나. 내 삶도 지리멸렬한 것을. 보잘 것 없는 것을. 그냥 들어보자. 힘들어 하는 너에게 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