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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남편광주아빠
한 숟갈의 밥, 한 방울의 눈물로 무엇을 채울 것인가, 밥을 눈물에 말아먹는다 한들. 그대가 아무리 나를 사랑한다 해도 혹은 내가 아무리 그대를 사랑한다 해도 나는 오늘의 닭고기를 씹어야 하고 나는 오늘의 눈물을 삼켜야 한다. 그러므로 이젠 비유로써 말하지 말자. 모든 것은 콘크리트처럼 구체적이고 모든 것은 콘크리트 벽이다. 비유가 아니라 주먹이며, 주먹의 바스라짐이 있을 뿐, 이제 이룰 수 없는 것을 또한 이루려 하지 말며 헛되고 헛됨을 다 이루었도다고도 말하지 말며 가거라, 사랑인지 사람인지, 사랑한다는 것은 너를 위해 죽는 게 아니다. 사랑한다는 것은 너를 위해 살아, 기다리는 것이다, 다만 무참히 꺾여지기 위하여. 그리하여 어느 날 사랑이여, 내 몸을 분질러다오. 내 팔과 다리를 꺾어 네 꽃 병 ..
혼자 먹는 밥 - 강윤후 거실벽에 비스듬히 기대어 있던 햇살이 어느결에 뒤걸음질쳐 베란다 바깥으로 물러난다 늦은 봄 허탕치듯 만발한 라일락은 이윽고 어둠을 불러모아 스스로 한 그루의 어둠이 되고 나는 태언하게 쌀을 씽어 안친다 손수 끼니를 짓는 일도 습관 들이기 나름이어서 그런 대로 견딜 만하지만 여전히 혼자 먹는 밥은 맛이 없다 식구들이 둘러앉아야 비로소 풍성해지는 저녁식탁 그러나 아무리 잘 차린들 내 저녁식탁은 스산하기만 하여 여물을 씹듯 밥알을 우물거리며 게으르게 시간을 으깬다 함께 찌개를 뜨던 다른 숟가락들은 모두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빈 교실처럼 조용한 나날이 식탁위를 흐르는데 가끔 먼 기억 어디선가 지금 행복하냐구 물어서 생각해 보면 내게도 행복했던 시절이 있었던 것 같아 맥없이 숟가락을 내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