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퀴즈쇼 (2)
서울남편광주아빠
모아둔 그의 문장들이 아쉬워 두 번째 쓰는. 그는 정의 내리기 좋아하는 소설가. 역시 뛰어난 관찰력이 필요해. 1. "기회는 선한 음식 같은 거야. 냉장고에 넣어두면 맛이 떨어져. 젊은이에게 제일 나쁜 건 아예 판단을 내리지 않는 거야. 차라리 잘못된 판단을 내리는 게 더 나아. 잘못된 판단을 내릴 까봐 아무것도 안 하고 있는 거. 이게 제일 나빠. 이렇게 귀신만 득실거리는 집에 웅크리고 있어봐야 뭐 하겠나? 아마 인숙이가 가고 나서 지금껏 제대로 먹지도 않고 뭐 하나 번득하게 한 일도 없을 거야. 안그래?" 2. 군대에서 제대하고 사회로 돌아왔을 때, 가장 피곤했던 것은 선택해야 할 것들이 너무 많다는 것이었다. 군대는 식단이 하나였다. 식판을 들고 줄을 서 있으면 차례대로 밥과 반찬을 준다. 하루의 ..
불안한 청춘 영장이 나왔을 때 나는 숙취로 멍해진 두개골을 부여잡고 화장실 변기 앞에서 토악질을 해대고 있었다. 부엌에서는 이제는 더이상 찰 혀도 없다며 한 숨만 푹푹 쉬시고 계신 어머니가 김치콩나물국을 끓이고 계셨던 것 같다. 채 20평도 안되던 집에서는 당연히 비밀이 없었다. 어머니가 늘 거실에서 주무시기에 나는 끊긴 필름을 술집에 버려두고 새벽녘 요란스럽게 문을 열었고 다음날 눈을 떠보면 늘 김치콩나물국이 밥상위에 올라왔다. 나는 먹은 것이라고는 술과 물밖에 없었음에도 다음날 꼭 건더기 비슷한 것들을 변기로 쏟아내었다. 변기물 위에서 부유하는 기생충 비슷한 것들을 보며 나는 하루를 시작했고 비밀없는 집에서 한 번도 술마신 사실을 들키지 않은 적이 없었다. 나는 두 번의 연이은 학사경고를 비밀로 해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