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틈/녀석들에게 (2)
서울남편광주아빠
살이 많이 빠진 너를 보면서 약간 안스러운 기분이 들었다. 분명 너는 너의 고향과 가까운 곳에서 살고 있었지만 네 정신적 고향의 향수는 서울에 뿌려져 있기에 '향수병'이 너를 그렇게 갉아먹은 것 같아서 그랬을 것이다. 나와 경훈이와 함께 찾아간 조개구이집에서 넌 좀 쉽게 취했어. 경훈이는 새로운 연애에 대한 기대와 부푼 미래들로 연신 웃어댔고 난 그저 숨쉬고 있었던 것 같아. 그날 너는 평소와 달랐어. 네 머리카락은 해풍에 쉽게 흔들렸고 넌 날아가버릴 것 같았어. 내 안부를 물었고 넌 또 경훈이 안부를 거듭 물으면서 고개를 떨구었지. 수위가 높아졌던 대화는 기억나지? 성적인 대화조차 그전의 얘기에서 볼 수 없던 등급이었으니 나도 적잖이 당황했지. 난 울고 싶었어. 욘석. 많이 외로웠구나. 그날 집에서 넌..
고등학교 시절 나는 40%의 아웃사이더 기질과40%의 들이대기와 20%의 특이함으로 무장하고 있던 그저그런 어중이 떠중이중 한명이었던걸로 기억한다. 학교 성적은 벼락치기신공으로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었고 남다른 기초체력으로 하루종일 운동장을 뛰어댕겨도 이마에 송글거리는 땀한방울 흘리지 않았다. 나름 건장한 소년이었던게지. 1학년때는 어줍잖은 반 1등으로 선생님의 총애를 받았었고 나름 유들유들한 성격으로 원만한 친구들과 둥글게살아가고 있었다. 박우진. 이녀석과의 엿같은 인연은 그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녀석은 나의 절친한 초등학교 동창인 정충일, 이명호와 같은 반이었고-나중에 안 사실이지만-소문으로는 상위3%안에 든다는 부잣집 아들내미었다. 아마도 꽃가루 휘날리던 봄날 5교시가 끝날을 즈음의 시간이었던걸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