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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남편광주아빠
옥상영화제와 옥상달빛 배우 장진영이 죽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애생관(애기능 생활과학 도서관 : 대학교 자치도서관)에서 옥상영화제를 기획했었다. 장진영은 사랑하는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죽어갔고 그 해, 각종 영화제 여우주연상을 휩쓸었다. 아마 가을이었을 것이다. 낙옆이 바람에 날렸고 코끝에 마른 흙냄새가 올라올 때쯤이었으니. 난 옥상영화제를 여는 팜플릿 첫 장에 이런 글을 써넣었다. 자신없게 흘려 쓴, 오프라인으로 퍼져나간 내 첫 글이 아니었을지. --------------------------------------------------------------------- 옥상은 누군가를 향한 그리움의 공간입니다. 배우 장진영이 떠나던 날, 저녁 애기능 학생회관 옥상 위로 별 하나가 떴습니다. 가을의..
그날, 내가 목놓아 울었다면, 영정앞에서, 조문객들 맞으며 어디고 기대고 앉아 꺼이꺼이 눈물을 쏟아냈다면 어땠을지. 추운 날 두툼한 작업 점퍼에는 흙먼지가 쌓여있고 방한모자 챙은 때가 껴 반지르르한 수염이 덥수룩한 공사장 인부가 점포 문을열고 들어올 때마다 나는 내가 그날, 울지 못했던 것을 후회한다. 찬 바람에 부르튼 손으로 라면과 도시락을 계산하는 어딘가 모르게 눅진한 냄새를 풍기는 그, 사내들을 볼 때마다 나는 그들과 함께 끼니를 해결하는 아버지를 본다. 밥을 먹다가 나는 꺼이꺼이 운다 밥 먹는게 따뜻한 밥 위장속으로 집어넣는 내가 너무 싫어서 너무 죄스러워서 그 사내들 무리속의 아버지가 나를 쳐다보고 계신것 같아 밥 못먹고 운다 평생 불효자로 남은 내가 못나서 운다 만일 그때, 내가 목놓아 울었다..
어머님. 지금 아버님 심장이 멎으셨어요~ 위급한 상태니 가족들에게 연락을 해 함께 병원으로 와달라고 간호사가 말했을 때 나는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보일 것도 같고 다시 사라질 것도 같던 아버지의 생을 향한 눈빛들. 중환자실에 들어가신 후 눈을 뜨셨는지 계속 감고 계셨는지 지금은 잘 기억나지 않는다. 중환자실앞 의자를 붙여 만든 간이 침대에서 새우잠을 자면서 나는 다만 기다려 달라고 아버지께 얘기했다. 막상 아버지께서 기다려주시면 뭐라 말을 할지, 뭘 해드려야 할지 나는 몰랐지만 지금은, 그 때는 아직이라고 생각했다. 이중문이 열릴 때마다 중환자실 안쪽에 대고 지금은 아니라고, 나 아직 아빠한테 할 말이 많다고 힘껏 소리치고 싶었으니까. 하지만 그 날, 자정이 지나고 아버지는 조용히 움직임을 멈추셨다. 그..
건설현장에서 토목 반장으로 십수년을 일 해오신 아버지는 가시기 몇일 전까지 꼭 삼시세끼를 챙겨드셨다. 반쯤 불에 그을린 듯 익은 얼굴을 하고 현장에서 돌아오실 때쯤 아버지는 오늘 하루 무진장 더워 땀을 한 바가지는 흘린 것 같다며 늦은 저녁에도 두 공기씩 밥을 드셨다. 반주로 소주를 두 종이컵씩 들이키신 후 쇼파에 앉아 끝나가는 아홉시 뉴스를 붙잡고 코를 고셨다. 다음날에도 아버지는 아침 해보다 먼저 눈을 떠 꼭 아침을 드시고 일을 나가셨다. 티비에선 여전히 뉴스가 방송되고 있었고 뉴스에서는 여전히 이상고온을 예보하고 있었다. 졸린 눈을 비비고 버릇처럼 현관에서 아버지를 배웅하고 나면 나는 아침 먹는 걸 포기하고 한시간이나마 더 자려 고 다시 이불 속을 파고들었다. 그러고 다시 저녁이 되어야 아버지를 볼..
오늘 아침에 일어났는데 아버지가 가신 다음날 같았다 며칠째 눈 뜨는데 아버지가 가신 다음날 같아서 너무너무 아버지가 보고싶다 너무너무
짧고 짧게, 길고 길게 짧고 짧게 흘러가는 요즘입니다. 짧고 짧게 꿈을 꾸다 짧고 짧게 일어납니다. 짧고 짧게 세수하고 오줌싸고 짧고 짧게 버스에 올라옵니다. 회사에 도착해서도 짧게 일하고 짧게 쉽니다. 잠깐 짬에 점심시간. 길고길게 밥 먹으려다 짧고 짧게 먹는 사람들에게 짧게 혼납니다. 짧게 담배피고 들어와 짧게 앉아 멍하니 시간을 방치합니다. 길게 노을이 지는 데 짧게 쳐다봅니다. 짧게 짧게 지나치는 사람들 속을 걷다 집으로 옵니다. 티비를 보다 짧게 웃고 짧게 슬퍼합니다. 길고 긴 꿈을 꾸고싶어 몸을 뉘여도 우리는 늘 짧고 짧게 깨어납니다. 시린 달빛 저 혼자 길게길게 밤을 채웁니다. 길게 노을지는 하늘에 기대 늦어지는 당신을 한없이 기다려 숨 많은 사랑을 하고싶다는 생각 이러려고 엄마 뱃 속에서 ..
요새 자주 듣는 10cm의 노래. 사랑은 은하수 다방에서. 봄이라서 그런지 연애 중이라서 그런지 멜랑꼴리한 노래를 찾아 듣다가 소리바다 인디 카테고리에서 발견한 노래. 제이슨 므라즈의 Lucky 와 비슷한 느낌의 노래가 아닐지. 그녀는 다방, 그러니까 까페에 가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카페에 가서도 늘 제일 싼 아메리카노만 먹더라구. 뭐 그게 취향일지 모르지만 카페에 갈 때마다 자기 집 주변의 무척 값싼 커피를 파는 곳을 말하며 '거기가 훨씬 싼데...' 하고 샐쭉거리는 걸 보면 요즘 애들처럼 커피홀릭은 아닌 듯. 자주가는 다방에서 생각이 나 만든 노래라니 우리 학교 앞에도 안암다방이 있지 않았었나? 신입생때 95 선배들이랑 한 번 갔었던 거 같은데. 아무튼. 주저리주저리 두서없고 정신없고 뭔가모르..
너를 기다리는 동안. 너를 만나러 가는 길의 하늘이 좋아. 그 길의 사람과 불켜진 상점들. 조금씩 떨어져 밟히는 낙엽이 좋아. 너를 기다리는 버스정류장이 좋아. 지나치는 자동차와 어딘가에서 달려오는 오래된 책냄새. 무엇을 먹을까 고민하는 작은 풍족함이 좋아.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는 너를 위해 상상하는 모든것이 좋아졌어. 그렇게 너를 기다리는 동안. iPhone 에서 작성된 글입니다.
포항에 폭설이 내렸다. 시내교통은 마비되었고 사람들의 발은 묶였다. 어머니는 물끄러미 티비를 바라보고 계셨다. 어머니는 티비 너머를 바라보고 계신것 같았다. 화면은 바뀌어 시장통. 채소 가격을 묻는 기자에게 멀리서부터 장을 보러온 한 아주머니는 물가가 엄청 올랐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코카콜라의 가격과 도시가스 요금이 올랐다는 기자의 말을 들으며 어머니는 낮게 신음하셨다. 나는 가방에서 몰래 백 개의 믹스커피가 든 물건을 꺼내 식탁위에 올려놓고 집을 나왔다. 어머니는 믹스커피를 좋아하셨다. 어머니 마음에는 얼마전부터 폭설이 내린것 같았다. 오른 물가에 내가 할 수있는 일은 고작. iPhone 에서 작성된 글입니다.
몇 달 전 야동을 많이 다운받아놔서 그런 건지 별 프로그램도 깔려 있지 않은 데스크탑 컴퓨터가 망가져버린 이후로 아직도 고쳐지지 않은체 거실에 방치되고 있었다. 얼마 안가 형님께서 노트북을 한 대 가져오셨고 랜선만 빼서 이제는 노트북으로 인터넷을 하고 있는 상황. 그동안 여자친구가 생겼다. 추운 겨울이 왔고 조금있으면 연말이다. 시간 참 빨리 간다. 글을 쓰지 않던 나를 '외로움의 아이콘'이라 부르며 타박하던 후배녀석이 쓴 글을 읽으면서 자판을 두르린다. 두드릴때마다 소리가 난다. 타닥타닥타닥. 사람들 길 걸어가는 소리. 소리 사이사이에 끼어드는 반쪽짜리 기억들은 많지만 반쪽이라 적진 않을 거다. 오늘은 눈이 왔다. 내게는 첫눈이었다. 그래도 기신거리듯 찾아든 PC방에서 나는 자판을 두드린다. 대원이형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