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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열심히 해도 성공하기 어렵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낙관이 아니라 비관입니다. 어떤 비관인가? 바로 비관적 현실주의 입니다. 비관적으로 세상과 미래를 바라보되 현실적이어야 합니다. 세상을 바꾸기도 어렵고 가족도 바꾸기 어렵습니다. 우리가 바꿀 수 있는 것은 우리 자신뿐이다, 자기계발서들이 말하는 내용이 바로 그것입니다. 너 자신이라도 바꿔라, 저는 그것마자도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자기를 바꾸는 것 역시 쉽지 않습니다. 그게 쉽다면 그런 책들이 그렇게 많이 팔릴 리가 없습니다. 우리가 당장 바꿀 수 있는 것은 세상과 자신을 바라보는 관점입니다. 대책 없는 낙관을 버리고, 쉽게 바꿀 수 있다는 성급한 마음을 버리고, 냉정하고 비관적으로 우리 앞에 놓인 현실을 직시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현준이에게는 모든걸 다 얘기해야 한다. 잠시 눈을 돌리거나 당장 회피하기 위해 현준이에게 거짓말을 했다가 들켰을 때 현준이가 실망한 듯 자지러지게 울던 모습을 봤기 때문이다. 또 언어 발달정도가 상상을 초월해서 내게 물어보는 수준이나 설명해주는 수준이 너무 높다. 그리고 상황에 대한 기억력도. 어떻게 그렇게 얘기할 수 있을까? 싶은 말들을 요새 폭풍 쏟아내고 있는 우리 현준이. 광주에 내려가 아내와 아이들과 주말을 보내고 올라가야 하는 날 나는 조금 안절부절 못한다. 현준아. 아빠 오늘 서울 가. 아빠! 오늘 서울에 가요? 응 아빠 오늘 서울에 가요. 아빠가 어제 얘기했죠? 응. 알아요. 그리고 나서 현준이의 표정은 시무룩. 잠깐이라지만 헤어진다는건 슬픈거구나. 현준이를 보면서 늘 느낀다. 아무튼. 가야..
현준이가 잘 자고 있는 걸 확인하고 밖으로 나와 티비를 틀었다. 건조기에서 마른 빨래를 꺼내 거실 한 가운데로 옮겨 놓고 자 이제. 빨래를 정리해볼까? 쉼호흡 하고 선풍기를 '약'으로 틀어놓고 자리에 앉으려는데 방안에서 현준이의 울음소리. 후다다닥 일어나 방문열어보니 현준이가 일어나 앉아 울고 있었다. 엄마. 엄마 하고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 울고 있다. 현준이 깼구나? 엄마가 없어서 울었어? 아빠가 다시 왔어~ 현준이가 무서웠구나~ 아빠가 미안해. 아빠가 옆에 있을게. 현준이 눈물을 닦아주고 다시 눞혀 안아주었다. 조금 더 나오는 눈물을 닦아주는데도 조금씩 '식식'거리며 울음이 나오는지 현준이는 작게 '엄마. 엄마.' 거렸다. 다시 잠이 오는지 눈을 감고 내 품에 안겨서 조용해진 그 때. 품 속의 현준이..
"아빠. 저게 뭐에요" 현준이가 십자가를 가르켰다. 늘 하던 밤 산책 중에 밝게 불이 켜진 십자가가 궁금해진 녀석. "응~ 사람들이 기도하는 곳이야!" 말이 아직 서툰 현준이는 아무말 없이 나를 쳐다봤다. 내가 하는 말이 뭔지 모르겠다는 의미다. "현준아. 이렇게 해서 눈을 감고 좋아하는 사람을 생각하는거야. 그리고 다치지 않도록 해달라고 하는거야. 이렇게. 이렇게" 나는 두 손을 합장하듯 모으고 볼 옆으로 갖다 대면서 눈을 감아 보였다. "이렇게?" 현준이가 바로 따라했다. 고사리 같은 손을 모르고 눈은 감지 않으면서 고개를 오른쪽으로 숙이며. 내가 하는 행동은 다 따라하고 싶은 녀석. 기도라는 말은 몰라도, '좋아하는 것', '눈을 감는 것', '다치지 않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기에 그렇게 말해줬다..
--------------------------------------------------------------- 결혼이란 두 사람이 함께 사는 생활 속으로 돌입한다는 뜻이다. 그 안에서 범속한 일상들이 끝없이 되풀이된다. 의식주를 해결해야 하고, 그것을 위해 생활비를 벌어야 학, 공동의 아이를 양육해야 한다. 그 세월의 더께 속에서, 실은 두 사람이 최초에 무척 특별한 감정으로 맺어졌던 관계임을 상기할 여력은 사라진다. 욕실의 타일 줄눈ㅇ 더러워지는 것처럼, 어떤 일들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아주 서서히 일어난다. 삶의 무게가 두 사람의 어깨에 고르게 배분되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다. 때론 내 어깨가 무겁다는 것보다 저 사람의 어깨가 나보다 가벼워 보인다는 사실에 신경을 곤두세우게 된다. 하루하루 살아가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