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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남편광주아빠
이제는 열심히 해도 성공하기 어렵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낙관이 아니라 비관입니다. 어떤 비관인가? 바로 비관적 현실주의 입니다. 비관적으로 세상과 미래를 바라보되 현실적이어야 합니다. 세상을 바꾸기도 어렵고 가족도 바꾸기 어렵습니다. 우리가 바꿀 수 있는 것은 우리 자신뿐이다, 자기계발서들이 말하는 내용이 바로 그것입니다. 너 자신이라도 바꿔라, 저는 그것마자도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자기를 바꾸는 것 역시 쉽지 않습니다. 그게 쉽다면 그런 책들이 그렇게 많이 팔릴 리가 없습니다. 우리가 당장 바꿀 수 있는 것은 세상과 자신을 바라보는 관점입니다. 대책 없는 낙관을 버리고, 쉽게 바꿀 수 있다는 성급한 마음을 버리고, 냉정하고 비관적으로 우리 앞에 놓인 현실을 직시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모아둔 그의 문장들이 아쉬워 두 번째 쓰는. 그는 정의 내리기 좋아하는 소설가. 역시 뛰어난 관찰력이 필요해. 1. "기회는 선한 음식 같은 거야. 냉장고에 넣어두면 맛이 떨어져. 젊은이에게 제일 나쁜 건 아예 판단을 내리지 않는 거야. 차라리 잘못된 판단을 내리는 게 더 나아. 잘못된 판단을 내릴 까봐 아무것도 안 하고 있는 거. 이게 제일 나빠. 이렇게 귀신만 득실거리는 집에 웅크리고 있어봐야 뭐 하겠나? 아마 인숙이가 가고 나서 지금껏 제대로 먹지도 않고 뭐 하나 번득하게 한 일도 없을 거야. 안그래?" 2. 군대에서 제대하고 사회로 돌아왔을 때, 가장 피곤했던 것은 선택해야 할 것들이 너무 많다는 것이었다. 군대는 식단이 하나였다. 식판을 들고 줄을 서 있으면 차례대로 밥과 반찬을 준다. 하루의 ..
불안한 청춘 영장이 나왔을 때 나는 숙취로 멍해진 두개골을 부여잡고 화장실 변기 앞에서 토악질을 해대고 있었다. 부엌에서는 이제는 더이상 찰 혀도 없다며 한 숨만 푹푹 쉬시고 계신 어머니가 김치콩나물국을 끓이고 계셨던 것 같다. 채 20평도 안되던 집에서는 당연히 비밀이 없었다. 어머니가 늘 거실에서 주무시기에 나는 끊긴 필름을 술집에 버려두고 새벽녘 요란스럽게 문을 열었고 다음날 눈을 떠보면 늘 김치콩나물국이 밥상위에 올라왔다. 나는 먹은 것이라고는 술과 물밖에 없었음에도 다음날 꼭 건더기 비슷한 것들을 변기로 쏟아내었다. 변기물 위에서 부유하는 기생충 비슷한 것들을 보며 나는 하루를 시작했고 비밀없는 집에서 한 번도 술마신 사실을 들키지 않은 적이 없었다. 나는 두 번의 연이은 학사경고를 비밀로 해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