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아빠육아 (5)
서울남편광주아빠
아내의 부탁으로 아내가 민준이와 함께 서울로 올라와 강의를 들었다. 강의를 듣는 거 보다는 서울에서 아내와 민준이를 만날 수 있다는 게 너무 좋았다. 학동역에 내려서 아내와 민준이를 기다리는데 이상하게 웃음이 났다. 요새는 민준이가 많이 생각나는데 요놈이 표정도 많아지고 옹알이도 많이해서 너무너무 귀여워 죽겠다. 아내가 민준이를 안고 저 멀리서 걸어오는데 보자기를 뒤집어 쓰고 있는걸 보니 자는 것 같았다. 보자기를 살짝 열어보니 잘랑말랑 눈을 뜨고 있었다. 아오. 귀여운 놈. 왜이리 예쁜지 2년 전 현준이가 너무 귀여웠던 그 때로 돌아간 것 같다. 아내에게 '내가 안을까?' 했다가 괜찮다고 해서 삐질 뻔했다. 쳇. 교육을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민준이가 조금 꽁알대는 것 같아 내가 '내가 민준이 안고..
현준이에게는 모든걸 다 얘기해야 한다. 잠시 눈을 돌리거나 당장 회피하기 위해 현준이에게 거짓말을 했다가 들켰을 때 현준이가 실망한 듯 자지러지게 울던 모습을 봤기 때문이다. 또 언어 발달정도가 상상을 초월해서 내게 물어보는 수준이나 설명해주는 수준이 너무 높다. 그리고 상황에 대한 기억력도. 어떻게 그렇게 얘기할 수 있을까? 싶은 말들을 요새 폭풍 쏟아내고 있는 우리 현준이. 광주에 내려가 아내와 아이들과 주말을 보내고 올라가야 하는 날 나는 조금 안절부절 못한다. 현준아. 아빠 오늘 서울 가. 아빠! 오늘 서울에 가요? 응 아빠 오늘 서울에 가요. 아빠가 어제 얘기했죠? 응. 알아요. 그리고 나서 현준이의 표정은 시무룩. 잠깐이라지만 헤어진다는건 슬픈거구나. 현준이를 보면서 늘 느낀다. 아무튼. 가야..
현준이가 잘 자고 있는 걸 확인하고 밖으로 나와 티비를 틀었다. 건조기에서 마른 빨래를 꺼내 거실 한 가운데로 옮겨 놓고 자 이제. 빨래를 정리해볼까? 쉼호흡 하고 선풍기를 '약'으로 틀어놓고 자리에 앉으려는데 방안에서 현준이의 울음소리. 후다다닥 일어나 방문열어보니 현준이가 일어나 앉아 울고 있었다. 엄마. 엄마 하고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 울고 있다. 현준이 깼구나? 엄마가 없어서 울었어? 아빠가 다시 왔어~ 현준이가 무서웠구나~ 아빠가 미안해. 아빠가 옆에 있을게. 현준이 눈물을 닦아주고 다시 눞혀 안아주었다. 조금 더 나오는 눈물을 닦아주는데도 조금씩 '식식'거리며 울음이 나오는지 현준이는 작게 '엄마. 엄마.' 거렸다. 다시 잠이 오는지 눈을 감고 내 품에 안겨서 조용해진 그 때. 품 속의 현준이..
"자기야 현준이랑 너무 뽀뽀하고싶어. 하고 싶은 걸 참는게 너무 힘들어" 현준이가 채 100일도 지나지 않았을 때 아내에게 했던 말이다. 아이가 포동포동 살이 오르고 얼굴에 귀여움이 덕지덕지 뭍어나는데 뽀뽀를 할 수 없다니. 그 때의 아내와 나는 혹시나 세균이 옮을까봐 볼에도 뽀뽀를 하지 않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러지 않았어도 되는데. "현준아 뽀뽀~! 한 번 더~! 마지막으로~! 현준이와 뽀뽀 할 때 꼭 세번 해버릇했더니 내가 하자고 할 때마다 꼭 세번 해준다. 이제는 뽀뽀가 자연스러운지 뽀뽀로 장난을 치기도 하고 아침에 일어나면 둘째 민준이에게 달려가 현준이가 직접 볼에 뽀뽀를 해준다. 나는 현준이와 뽀뽀를 하면서 항상 이말을 덧붙혀 주는데 "현준아! 아빠는 정말 현준이가 좋아. 세상에서 젤로젤로 ..
"아빠. 저게 뭐에요" 현준이가 십자가를 가르켰다. 늘 하던 밤 산책 중에 밝게 불이 켜진 십자가가 궁금해진 녀석. "응~ 사람들이 기도하는 곳이야!" 말이 아직 서툰 현준이는 아무말 없이 나를 쳐다봤다. 내가 하는 말이 뭔지 모르겠다는 의미다. "현준아. 이렇게 해서 눈을 감고 좋아하는 사람을 생각하는거야. 그리고 다치지 않도록 해달라고 하는거야. 이렇게. 이렇게" 나는 두 손을 합장하듯 모으고 볼 옆으로 갖다 대면서 눈을 감아 보였다. "이렇게?" 현준이가 바로 따라했다. 고사리 같은 손을 모르고 눈은 감지 않으면서 고개를 오른쪽으로 숙이며. 내가 하는 행동은 다 따라하고 싶은 녀석. 기도라는 말은 몰라도, '좋아하는 것', '눈을 감는 것', '다치지 않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기에 그렇게 말해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