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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남편광주아빠
얼마전에 페이스북에 내가 하고싶은 것에 대해 적었었다. 음악듣기를 좋아해 작곡을 해보고 싶기도 했고 피아노도 배우고 싶었다. 기타를 조금 칠 줄은 알지만 그래도 고타로 오시오의 '황혼' 정도는 치고 싶었으며 또 내 이름으로 된 책을 내보고 싶기도 했다. 무슨 이유였는지 모르지만 늦은 밤 페이스북에 버킷리스트를 적고 잠이 들었다. 다음날 몇명의 페친들이 그 글에 댓글을 달아줬다. 내게 댓글은 큰 감흥을 일으키는 건 아니라서 그냥 대충읽고 말았다. 그러고 나서 얼마 지나 아내도 그 글을 봤는지 대뜸 내게 물었다. 오빤 하고 싶은게 참 많구나. 말에 약간 뒤끝이 있는것 같아서 나도 얘기했다. 자기도 한번 하고 싶은거 한번 적어봐. 뭔가 작게나마 해소되는 느낌이야. 아내는 그 말을 듣자마자 대답했다. 난 지금은..
시골 집에는 당연히 침대가 없었다. 침대에서 잔다는 건 티비에서도 못봤던 것 같다. 서울로 이사를 와서도 나는 바닥에서 잤다. 시골집의 온돌같은 따뜻함은 없었지만 그래도 온기있는 바닥에서 잤다. 아버지는 바닥에 호스가 있어서 그 속으로 따뜻한 물이 흐르면서 바닥 온도가 올라간다고 했다. 바닥에 귀를 대고 누우면 물 흘러가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서울에서의 세번째 집에서 아버지는 침대를 샀다. 물론 안방에는 안두셨다. 나와 형이 쓰는 조금 큰 사이즈 침대였는데 처음 침대에서 자던 날 굴러떨어졌던 기억이 있다. 그래서 거실로 나와서 바닥에서 잤던 기억. 침대에서 자던 초창기에는 허리가 자주 아팠다. 누군가는 바닥생활하던 사람이 침대에서 자면 겪는 습관통이라고 했다. 그치만 지금 생각해보면 몸으로 전해지..
아내가 서울에 있을 때 아침마다 바나나주스를 갈아줬다. 일어나서 씻고 집 밖을 나서기까지 15분 밖에 걸리지 않는 나는 그 사이에 뭘 먹어본 적이 없었다. 내 기억으로는 중학교 시절부터 아침을 먹지 않았고 그래서 결혼할 때도 아내에게 아침같은건 만들어먹지 말자고 했다. 어느날부턴가 아내가 아침에 바나나 주스를 갈아주기 시작했다. 또 챙겨주는 건 잘 먹는 스타일이어서 좀 부대끼긴했지만 꿀꺽꿀꺽 마시고 출근했다. 자던 차림에 얼려두었던 바나나를 갈고 우유를 부은 후 꿀을 넣는 모습이 여간 예뻐보였다. 맛도 좋았고. 첫째녀석을 가지기 전부터 아내는 내 건강을 끔찍히 생각했는데 간에 좋다는 약들을 꼬박꼬박 챙겨주었고 광주에서 올라오는 도라지즙이며 배즙, 포도즙, 양파즙 등을 넉넉히 챙겨두고 때마다 마시게 해주었..
"오빠. 왜 이런데서 뽀뽀 하려고해?" 연애를 시작하고나서 나는 뽀뽀가 너무 고팠다. 사귀기로 하고 나서 길거리에서 뽀뽀하는 연인들을 보면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었다. 특히 횡단보도에서! - 나는 변태인가? ㅜ 아내를 길들여야겠다고 생각했다. 모르는 사이에 흠뻑 젖어버리는 보슬비처럼 천천히, 조용히 그 범위를 넓혀가면서 언제든 내 뽀뽀에 본인도 모르게 입술을 내밀 수 있게 되도록. 헤어지는 집 앞에서의 뽀뽀는 쉬웠다. 아내도 헤어지기 아쉬웠을테니! 밤의 골목길 뽀뽀도 나름 쉽게 통과. 아무도 없으니. 문제는 밝은 날 밖에서의 뽀뽀였는데 처음에는 데이트 할 때 자주 갔던 카페에서 시작했다. 단 둘이 앉아 있지만 다른 사람들도 많아 시선이 느껴지는 상황 아내를 다른 사람들을 등지게 하고 앉힌 후 내가 옆에 ..
아내. 오늘은 아내와 사귄지 2904일 아내와 결혼한 지 1301일 되는 날이다. 주말에 교육을 나와 어제 새로 만든 블로그에 첫 글을 쓰는데 막연하게 아내 얘기를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시작을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가 핸드폰을 보니 아내와 아이들의 '시작'과 연관된 숫자들이 보였다. 조금만 더 있다가 하자. 던 그 때의 아내를 들들 볶아 결혼한지 1301일이나 되었다. 그 때의 아내와 나는 지금의 아내와 내가 될 줄 알았을까? 1300여일 동안 아내는 두 아이를 낳았다. 정확히는 두 아들을. 결혼하고 얼마 안가 첫째를 임신했기에 아내에게 그동안은 아마 임신, 출산, 육아 그리고 임신, 출산, 육아로 남아있겠지? 요새는 아내와 있어도 두 아들을 보느라 서로의 생각을 깊에 얘기하지 못했다. 아내에게 그동안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