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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생각

[아이의 말] 엄마. 눈물이 날 것 같아요.

김윤후 2018. 9. 13. 14:02

 

 

현준이에게는 모든걸 다 얘기해야 한다.

잠시 눈을 돌리거나 당장 회피하기 위해 현준이에게 거짓말을 했다가 들켰을 때 현준이가 실망한 듯 자지러지게 울던 모습을 봤기 때문이다. 또 언어 발달정도가 상상을 초월해서 내게 물어보는 수준이나 설명해주는 수준이 너무 높다. 그리고 상황에 대한 기억력도. 어떻게 그렇게 얘기할 수 있을까? 싶은 말들을 요새 폭풍 쏟아내고 있는 우리 현준이.

광주에 내려가 아내와 아이들과 주말을 보내고 올라가야 하는 날 나는 조금 안절부절 못한다.

 

현준아. 아빠 오늘 서울 가.

아빠! 오늘 서울에 가요?

응 아빠 오늘 서울에 가요. 아빠가 어제 얘기했죠?

응. 알아요.

 

그리고 나서 현준이의 표정은 시무룩.  잠깐이라지만 헤어진다는건 슬픈거구나. 현준이를 보면서 늘 느낀다.

 

아무튼. 가야할 시간이 와서 현준이에게 아빠. 서울간다 현준아! 사랑해요~ 하고 후다닥 가방을 메고 장모님 가게를 나섰다. 버스가 도착해 타고 출발하려는데 멀리 장모님 가게에서 아내가 현준이를 안고 정류장 쪽으로 나오는게 보였다. 분명 현준이가 울었구나, 그래서 아내가 아직 출발 안했으면 같이 가보자고 했겠구나 싶었다.

전화를 걸어 아내에게 물어보니 내가 정류장으로 나간 후에 한껏 슬픈 표정으로 현준이가 아내에게 이렇게 얘기했다고 한다.

 

엄마. 현준이 눈물이 날 것 같아요.

 

그리고 눈물이 나오자 울면서

엄마. 눈물이 나와요. 눈물이 나요.

 

슬프다는걸, 이 슬픈 감정 때문에 내게서 눈물이 날 것 같다는걸 알고 있는 우리 현준이. 아빠가 떠나는게 슬프고, 나는 지금 슬픈 감정 속에 있고, 그래서 눈물이 날 것 같다는걸 알고 있는.  녀석이 많이 느끼고 있구나.... 생각하면서도 나는 아내에게서 그 얘기를 듣고 많이 울었다.

그러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라면 이렇게 일찍 헤어진다는 것이나 슬프다는 것들을 느끼지 않아도 될텐데 괜히 현준이에게 미안해서 눈물이 났다. 짠한 녀석.

아이가 언어발달이 빠른게 마냥 좋지많은 않다는걸 느끼는  그래서 더더욱 미안해지는 저녁이었다. 늦은 저녁 집에 도착했지만 쉽게 잠들지 못했던.  한없이 미안해지는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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