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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하 산문] 말하다

김윤후 2018. 11. 5. 23:29

 

 

이제는 열심히 해도 성공하기 어렵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낙관이 아니라 비관입니다. 어떤 비관인가? 바로 비관적 현실주의 입니다. 비관적으로 세상과 미래를 바라보되 현실적이어야 합니다. 세상을 바꾸기도 어렵고 가족도 바꾸기 어렵습니다. 우리가 바꿀 수 있는 것은 우리 자신뿐이다, 자기계발서들이 말하는 내용이 바로 그것입니다. 너 자신이라도 바꿔라, 저는 그것마자도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자기를 바꾸는 것 역시 쉽지 않습니다. 그게 쉽다면 그런 책들이 그렇게 많이 팔릴 리가 없습니다. 우리가 당장 바꿀 수 있는 것은 세상과 자신을 바라보는 관점입니다. 대책 없는 낙관을 버리고, 쉽게 바꿀 수 있다는 성급한 마음을 버리고, 냉정하고 비관적으로 우리 앞에 놓인 현실을 직시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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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하의 책은 소설 몇 권 읽었었던 것 같은데 기억이 나지 않았다. 최근에 '알쓸신잡'이라는 프로에서 유시민의 입담포화 속에서도 자신의 생각을 논리있게 잘 표현하던 김영하 작가. 요새는 소설보다 짧게짧게 읽을 수 있는 산문이나 에세이에 관심이 많이 가는데 그러던 중 김영하의 '말하다'를 읽게 되었다.

우선 나는 낙관적인 사람인지 비관적인 사람인지 생각해봤다. 잘 웃고, 무엇이든 잘 받아주는, 거절 못하는 사람이긴 하지만 나는 낙관적이기 보다는 '비관'에 가까운 사람인 것 같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 과거 속에서 갑작스럽게 벌이지는 불행 후 '다 잘될거야'라고 생각했던 적도 있었지만 늘 일은 더 꼬여갔었다. 그래서 그런지 어느 시점부터 '문제가 일어날 수 있어. 그러니까 잘 대처해야해'로 삶의 태도가 바뀐것 같다. 

어떻게 생각해보면, '그거 해도 안될껄?' 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하나도 도움이 되지 않지만 '그거 쉽지 않을껄? 그러니까 예견되는 여러 돌발 상황에서 이렇게 대처해야 해'라고 생각하는건 일의 본질 속으로 한 발자국 더 들어가게 한다. 그렇게 현실적으로 대처하다보면 뜻하지 않는 방향에서 일의 물꼬드 트이기도 했다.

생각해보니 결혼을 하고 아내와 육아에 대한 얘기를 할 때도 비슷한 태도를 보였다. 나도 그렇지만 아내는 더더욱 아이들을 어떻게 키울지에 대해 고민하고 고민했다. 불쑥 올라오는 화를 참지 못해 현준이에게 쓴소리를 하고 나서 마음이 좋지 않아 울면서 내게 '지금 내가 잘하고 있는걸까? 어떻게 하면 좋은 엄마가 될까? 이게 맞는 방법일까?' 를 묻곤 했다.

그럴 때마다 나는 아내에게 '늘 아이에게 어떻게 말해야 하고, 어떻게 놀아야 하지는 고민하는 당신은 정말 멋진 엄마야. 난 그런 자세만으로도 충분히 훌륭하다고 생각해. 다만, 나도 노력하겠지만, 거기서 그치지 않고 찾고, 듣고, 보고, 배워서 지금의 나를 조금 성장시켜서 아이에게 또 말해보고 행동하고 그리고 나서 또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해. 우리가 하는게 다 맞고, 또 아이들에게 모두 이롭진 않을 거야. 우린 엄마 아빠가 처음이니까. 우리 지금처럼 더 노력하자' 라고 대답해주었다. 나는 정말 그렇게 생각한다.

현실을 제대로 바라본다는 것 자체가 매우 어려운 시대. 무작정의 기대는 무의미 하고 그렇다고 절망하기는 싫은 시대에서 아이가 멋지게 커나가게끔 하려면 늘 우리의 뜻대로 되지 않을 수 있음을 생각하고 가만히 있지 않는 것. 부모로써의 자질은 높은 수준의 경제력을 물려주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의지대로 걸어나갈 수 있는 버팀목이 되어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김영하의 말은 내게 이렇게 읽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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