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틈/사소한 것들

라면

김윤후 2009. 6. 8. 16:07

 

 


학교 앞에 김밥천국에서 시킨 2500원 짜리 라면에는
가운데에 가지런하게 콩나물이 올라앉아있었다 

젓가락을 들어 그녀석들을 곱게 펼쳐서
국물에 푹 담근다음에
면발이랑 같이 섞어잡아서 한입 후룩 넘기면
시험공부로 지친 마음도 따뜻해지는 듯 했다 

막 복학을 했을때
이놈은 내 둘도없는 친구였다

군제대 후 정신이상으로 소심함을 과식했던 터라
발맞출 사람이 없어서 혼자 끼니를 연명해야했던 그때
발그레한 눈웃음치며 나를 반겨준 녀석이었다

먹고나서 부리는 심술덕에 화장실을 들락날락 거려야 했지만
뜨거운 연기로 내 시야를 흐려주어 꾹꾹 눌러나오는 슬픔도
다 가려주었던.

낮잠을 늦게까지 자다가 얻은 말짱한 정신덕에
집앞 김밥천국에서 너를 만났건만
예전같지 않은 맛에
참 오랜만에 너를 찾은 나에대한 불만이려니. 생각해본다. 

아직도 그녀석은 내 친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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