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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석] 잊혀지는 것

김윤후 2018. 8. 18. 17:39

 

사랑이라 말하며 모든 것을 이해하는 듯 뜻 모를 아름다운 이야기로  속삭이던 우리

황금빝 물결 속에 부드러운 미풍을 타고서 손에 잡힐 것만 같던 내일을 향해 항해했었지

 

눈부신 햇살 아래 이름 모를 풀잎들처럼 서로의 투명하던 눈길 속에 만족하던 우리

시간은 흘러가고 꿈은 소리 없이 깨어져 서로의 어리석음으로 인해 멀어져 갔지

 

우~ 그리움으로 잊혀지지 않던 모습 우~ 이제는 기억 속에 사라져 가고

사랑의 아픔도 시간 속에 잊혀져  긴 침묵으로 잠들어 가지

 

사랑이라 말하며 더욱 깊은 상처를 남기고 길 잃은 아이처럼 울먹이며 돌아서던 우리

차가운 눈길 속에 홀로 서는 것을 배우며 마지막 안녕이란 말도 없이 떠나갔었지

 

숨 가쁜 생활 속에 태엽이 감긴 장난감처럼 무감한 발걸음에 만족하며 살아가던 우리

시간은 흘러가고 꿈은 소리 없이 깨어져 이제는 소식마저 알 수 없는 타인이 됐지

 

우~ 그리움으로 잊혀지지 않던 모습 우~ 이제는 기억 속에 사라져 가고

사랑의 아픔도 시간 속에 잊혀져 긴 침묵으로 잠들어 가지 긴 침묵으로 잠들어 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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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 1학년 때

'새벽울림' 이라는 노래 소모임에 들어갔다.

민중가요를 부르는 소모임이었다.

늦은 밤 여자 동기 한 녀석이 과방에서

4 Non Blondes의 What's Up을  기타를 치며 부르고 있는 광경을 보고는

너무 멋있다고 생각했다. 그 때 그 녀석을 좋아할 뻔했다. 그 정도로 멋있었으니까.

 

그 후로 막연히 '기타치며 노래를 부르는 것'은 멋진 일이라고 생각해서

낙원상가에 가서 당시 6만원짜리 통기타를 사고, 바로 이정선 기타교실 1권을 샀다.

집에서 혼자 피크를 들고 C코드를 잡으며 디리링~ 했을 때의 감격. 느껴본 자만이 알 것이다.

 

소모임에 들어가보니

99학번 선배 중 한 선배가 기타를 담당하고 있었다. 세션처럼.

그 선배는 기타를 잘쳤다. 와. 위의 그 여자동기와 함께 소모임에 들어간건데

그 여자동기보다 기타를 잘치는 사람이 있다니. 저 선배한테 배워야 겠다고 생각했다.

 

선배에게 기타를 잘 칠 수 있는 방법을 물었더니

일단 어떤 코드든 한번에 쥐고,

또 6개의 현에서 틀어지는 소리가 나지 않을 때까지 코드를 연습해야 한다고 했다.

뭐 특별한 방법을 기대한 건 아니지만 다소 성의 없어보였던 선배의 충고를 듣고

기타 코드를 밤새 외웠다.

아. 이래서 어렵다고 했구나.

하루만 기타 현을 쥐었을 뿐인데 손가락 마디마디가 저려오고

물집이 생기고 살집이 부어올랐다. 물어봤더니 그렇게 물집이 생겨 찢어지고 새 살이 돋기를

세번 정도 반복해야 굳은 살이 생겨 기타를 치기 쉬워질 거라고 했다. 젠장.

 

일단 기타를 들고 여기저기 쏘다녔다.

기타 가방을 메고 걸어가는게 너무 멋있게 보였으니까 나도 따라했다.

어디서든 가방에서 기타를 꺼내  F코드를 연습했다. F코드를 내가 정복할 수 있을까?

F코드는 도대체 어떻게 해야 소리가 나는거지? 아 씨 포기할까? 를 두어달 반복하다가

F코드를 정복하고 나서 처음 악보를 보고 노래부르며 반주를 완주했을 때 그 희열은 아.

그때부터 기타를 통해 나는 새로운 세계를 맛봤다.

 

시간이 흘러 어느정도 노래 반주가 가능해졌을 때

가장 많이 연습했던 곡이 바로 광석이 형 노래였다.

기다려줘,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을음, 서른즈음에

그리고 잊혀지는 것들.

- '잊혀지는 것들'로 클래식기타를 알게됐다. 그 부드러운 현의 울림.

 

기억하기 힘든 동기들로 시작된 많은 일과

여차저차한 그 일들 속의 과정들

엎어지고 넘어지며 내 안에 들어온 경험들

그리고 나서 느꼈던 감정들

 

기타를치며 나는 많은 노래륻 듣고 느끼고 내 안으로 받아들였다.

이제 세월이 흘러 가지도 있던 기타도

엄마 집 책장 맨 위에서 잠들고 있지만

아직도 기타선율이 고운 노래를 들으면 잠시 멈춰서는 것을 보면

기타의 그 떨림음은 내 지난 시절을 품고 있는 것 같다.

 

P.S 글 처음의 그 '새벽울림'이라는 소모임에는 당시 96학번 선배가 있었는데

군대 제대하고 다시 소모임에 온 그 선배는 99학번 기타 잘치던 그 선배보다

더 기타를 잘쳤다. 마지막 수업 띵까먹고 쏘다니다가

 혼자 기타연습이나 할 요량으로 과방으로 걸어가는데 안에서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를 소리가 들렸다. 누군가 싶어 살짝 과방문을 열어보니

96학번 그 선배가 기타를 치고 있었다. 새우깡에 소주를 마시며 혼자.

그 선배가 부르던 노래가 광석이 형의 노래였다. 후에 그 사실을 술자리에서

선배에게 얘기하고 나서 그 선배와 친해졌더랬다. 그 선배는 대학원까지 보내고

해외로 공부하러 떠났다가 그곳에서 연인을 만나 결혼, 정착한 걸로 후에 전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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