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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처럼 쌓이는 미안함

김윤후 2018. 11. 3. 17:54

 

 


아내의 부탁으로 아내가 민준이와 함께 서울로 올라와 강의를 들었다.

강의를 듣는 거 보다는 서울에서 아내와 민준이를 만날 수 있다는 게 너무 좋았다.

학동역에 내려서 아내와 민준이를 기다리는데 이상하게 웃음이 났다. 

요새는 민준이가 많이 생각나는데 요놈이 표정도 많아지고 옹알이도 많이해서

너무너무 귀여워 죽겠다.


아내가 민준이를 안고 저 멀리서 걸어오는데

보자기를 뒤집어 쓰고 있는걸 보니 자는 것 같았다. 

보자기를 살짝 열어보니 잘랑말랑 눈을 뜨고 있었다. 아오. 귀여운 놈. 

왜이리 예쁜지 2년 전 현준이가 너무 귀여웠던 그 때로 돌아간 것 같다. 

아내에게 '내가 안을까?' 했다가 괜찮다고 해서 삐질 뻔했다. 쳇.


교육을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민준이가 조금 꽁알대는 것 같아 

내가 '내가 민준이 안고 나갈까?' 했더니, 

'아니야 자기야. 자기가 들어봐 내가 데리고 나가있을게~' 했다.

아내에게 미안하지만 어떤 교육일지 좀 감이 오는 분위기여서

이딴 교육듣는 것 보다 민준이 많아 안아주고 안고 있고 말하고 보고있고 싶었다. 

- 아내도 역시 보고 싶었지만 ㅜ 아내랑은 통화도 많이 하니까 민준이와 뭔가 감정, 신체적 

거리가 있는 것 같아서 맘이 안좋았다. 


교육은, 역시나 였다. 

필드에서 현재 강의를 하고 있는 나로써 

교육 강사들의 강의 내용, 스킬, 스토리, PT구성..... 어느 하나 꽂히는 것이 없었다. 

뭐 아주 별로는 아니었지만 중간부터 심드렁해져서 자꾸 강의장 뒤쪽 아내가 나간 방향을

자꾸 돌아봤다. 민준이랑 같이 있고 싶은데.


점심먹고 오후 강의를 3시 40분까지 듣는데 좀이 쑤셨다. 

- 마지막 강의는 정말 기대이하였다. 

끝나자 마자 아내에게 가서 민준이를 안고 있겠다고 했다. 

5시쯤 내려간다고 했으니 그 때까지 민준이랑 놀아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따로 모여 얘기나눌 분위기가 아닌지 바로 내려가야 하는 것 같은 분위기였다. 


그때부터였다. 

민준이를 보는데 자꾸 미안함이 올라왔다. 

이것 저것 신기한지 여기저기 둘러보고 가보자고 발 구르는 데

많이 안아주고 살 부대껴주고 볼뽀뽀 해주지 못한 것 같아 민준이 귀에 대고

아빠가 미안해. 많이 안아주지 못해서 미안해. 자주 내려가서 노래불러주지 못해 미안해

미안한 것만 생각나는지 아니면 내 안의 부채감을 없애기 위해서 인지

따뜻한 민준이 귀에 대고 미안하다고 얘기했다. 


그리고 아내에게 민준이는 옮기는데

갑자기. 눈물이 났다. 가슴 안쪽에서부터 뭉글뭉글하던 미안함이 치받더니 

자꾸 눈물이 났다. 아내가 왜 우냐고, 울지말라고 다독이는데 민준이 얼굴을 볼 수록 더

눈물이 났다. 아내도 같이 눈물이 나는 것 같았다. 


주말동안 광주에 내려가서도 민준이는 많이 안아주지 못하고

현준이한테만 붙어있던 나였는데.

민준이가 나중에 그런 아빠를 싫어하면 어쩌지.

늘 서울로 가는 고속버스안에서 주말을 후회하지만 다음번에 내려오면 또 어쩔 수 없었다.

녀석의 귀여움이 폭발하는 요즘인데... 아빠로써 너무 미안했다. 

갚지도 못할 미안함이 빚 처럼 계속 쌓여만 갔다. 

아마도 그게 터져버렸나보다. 


누구는. 3대가 덕을 쌓아야만 할 수 있는 기러기 아빠의 편안한 삶이라며

좋겠다고 부러워했지만 난. 하나도 좋지 않다. 아내는 알거다. 

민준이가 너무 보고싶다. 민준이랑 아내랑 현준이랑 같이 다 껴안고 자고싶다. 

그리고 느지막히 일어나 살 부비며 뽀뽀하고 웃고 떠들고 싶다. 

정말. 그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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