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틈/詩가 있는 땅

때린다

김윤후 2010. 3. 7. 11:13





오른손이 한일을 왼손이 모르게 때린다

아빠를 때릴 때 내 손에는 우주의 기가 장전됐다

아구창을 날리던 그 때의 기억을 충분히 발라

허벅지에 엉덩이에 뺨에 가슴팍에 꽂을 때마다

신음했다 아빠는 좋아죽는 투로

아빠를 때린 것처럼 엄마를 때리고 싶었고

엄마를 때리고 싶은 마음으로 누나를 때렸다

잠만자는 형에게도 날리고 싶은 마음은

아무려나 내게로 돌아왔다 때린다 나는

아무리 눈을 부라려도 책밖으로 진리는 걸어나오지 않고

밤은 쉬이 아침을 내주지 않았다 결국

기다린적 없는 서른의 끓는 피가 식어

밥상앞에 묵사발로 올라올 때 나는 다시

내출혈의 아픔으로 뇌출혈의 아버지를 때린다

말라버린 거실의 나무들을 씹어먹으며 나는

도통 일어서질 않는 세월로 잠식된 아빠는

퀘퀘한 냄새로 하나의 별이 되고싶었을까

도망치는 나를 잡는 나를 때리다가 지쳐

아버지를 때린다

왼손이 한 일을 오른손이 모르게 때린다

결국 부셔질 몸 흥건하게 오줌인지 피인지

모른다 아님 엄마인지 누나인지 형인지

때린다 오늘도 결국 버릇처럼 일어나

때린다 오른손 양손 두손 써가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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