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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훈. 셋이 함께 날아가는 세상 본문

틈/누군가의 한 소절

김훈. 셋이 함께 날아가는 세상

김윤후 2009. 6. 8. 16:11

 




어떤 새는 저녁무렵에 혼자서 바다로 나아간다. 가슴에 석양을 받으며 새는 캄캄해지는 수평선 쪽으로 날아간다. 혼자서 날아가는 새는 저 혼자서 바다 전체를 감당하려는 듯하다. 한 마리의 새는 바다 전체와 대치하고 있다. 한 마리의 개미 역시 그렇다. 개미 한 마리가 땅을 기어갈 때, 그 개미는 홀몸으로 땅 전체와 대치한다. 한 마리의 사슴이나 사자도 그러하다. 깎아지른 벼랑 끝에 앉아 있는 독수리 한 마리는 저 혼자서 이 세상 전체를 내려다보고 있다. 이 한 마리는 외롭고 또 위태로워 보이지만, 이 외로움은 완벽한 존재의 모습을 갖춘 것이어서 살아 있는 모든 것들은 본래 혼자일 뿐이라는 운명을 일깨운다. 나는 혼자서 밤바다로 나아가는 새의 내면을 들여다볼 수 없다. 새 또한 나를 들여다보지 못할 것이다. 하나라는 존재의 모습은 늘 나를 질리게 한다. 산 속의 무덤들은 여럿이 모여 있지만 그 모임은 군집일 뿐 소통은 아니다. 죽으밍야말로 가장 완전한 개별적 행위다. 살아 있는 모든 것들은 다들 혼자 죽어서 저 혼자만의 무덤을 이룬다.

------------------------------------------------------------------------- 김훈 '셋이함께날아가는 세상' 중에서 

새 두마리가 혼자보다는 덜 외롭고, 개미 한마리보단 두마리가 더 정겹워 보이며 나 역시 혼자보다는 여럿 속에서 더욱 질리지 않겠지. 언젠가 늘 그렇게 술에 취해 시끌하게 친구들과 웃어재끼다가 잠깐의 정적소강상태에 와서 내가 친구들에게 물은적이 있다.

가아끔씩. 혼자라는 생각 들지 않냐고. 한친구는 물잔을 들어 조금 마셨고 다른 친구는 담배를 꺼내 불을 붙였으며 나머지 한 친구는 머썩스럽게 일어나서 화장실로 발길을 향했다. 

운명이라는 것이 언제나 단독한 것이어서 그 운명은 언제나 혼자일때 외로운 것이어서 또 혼자임이 외로운 것은 누구나 아것이어서 우리들을 다들 그렇게 목청껏 외롭다는 말한마디 잘 못하고 살아가는 것일까.

11월 11일 빼빼로 데이를 맞이하야 개소리 한번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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