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남편광주아빠
짧게, 그리고 길게 본문
짧고 짧게, 길고 길게
짧고 짧게 흘러가는 요즘입니다.
짧고 짧게 꿈을 꾸다 짧고 짧게 일어납니다.
짧고 짧게 세수하고 오줌싸고 짧고 짧게 버스에 올라옵니다.
회사에 도착해서도 짧게 일하고 짧게 쉽니다.
잠깐 짬에 점심시간. 길고길게 밥 먹으려다 짧고 짧게 먹는 사람들에게 짧게 혼납니다.
짧게 담배피고 들어와 짧게 앉아 멍하니 시간을 방치합니다.
길게 노을이 지는 데 짧게 쳐다봅니다.
짧게 짧게 지나치는 사람들 속을 걷다 집으로 옵니다.
티비를 보다 짧게 웃고 짧게 슬퍼합니다.
길고 긴 꿈을 꾸고싶어 몸을 뉘여도
우리는 늘 짧고 짧게 깨어납니다.
시린 달빛 저 혼자 길게길게 밤을 채웁니다.
길게 노을지는 하늘에 기대
늦어지는 당신을 한없이 기다려
숨 많은 사랑을 하고싶다는 생각
이러려고 엄마 뱃 속에서
길고 긴 열 달을 옹크리고 있었던 것은 아닐거라는 생각
짧고 짧은 생각이 주는 길고 긴 여운이 비처럼 몰아치는 순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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