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틈/사소한 것들

짧게, 그리고 길게

김윤후 2011. 3. 31. 18:25

 

짧고 짧게, 길고 길게

짧고 짧게 흘러가는 요즘입니다.
짧고 짧게 꿈을 꾸다 짧고 짧게 일어납니다.
짧고 짧게 세수하고 오줌싸고 짧고 짧게 버스에 올라옵니다.
회사에 도착해서도 짧게 일하고 짧게 쉽니다.
잠깐 짬에 점심시간. 길고길게 밥 먹으려다 짧고 짧게 먹는 사람들에게 짧게 혼납니다.
짧게 담배피고 들어와 짧게 앉아 멍하니 시간을 방치합니다.
길게 노을이 지는 데 짧게 쳐다봅니다.
짧게 짧게 지나치는 사람들 속을 걷다 집으로 옵니다.
티비를 보다 짧게 웃고 짧게 슬퍼합니다.
길고 긴 꿈을 꾸고싶어 몸을 뉘여도
우리는 늘 짧고 짧게 깨어납니다.
시린 달빛 저 혼자 길게길게 밤을 채웁니다.

길게 노을지는 하늘에 기대
늦어지는 당신을 한없이 기다려
숨 많은 사랑을 하고싶다는 생각
이러려고 엄마 뱃 속에서
길고 긴 열 달을 옹크리고 있었던 것은 아닐거라는 생각

짧고 짧은 생각이 주는 길고 긴 여운이 비처럼 몰아치는 순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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