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틈/사소한 것들

그날

김윤후 2011. 12. 15. 14:50

 

그날,
내가 목놓아 울었다면,
영정앞에서, 조문객들 맞으며
어디고 기대고 앉아 꺼이꺼이
눈물을 쏟아냈다면
어땠을지.

추운 날
두툼한 작업 점퍼에는 흙먼지가 쌓여있고
방한모자 챙은 때가 껴 반지르르한
수염이 덥수룩한 공사장 인부가
점포 문을열고 들어올 때마다
나는 내가 그날, 울지 못했던 것을 후회한다.

찬 바람에 부르튼 손으로
라면과 도시락을 계산하는
어딘가 모르게 눅진한 냄새를 풍기는 그,
사내들을 볼 때마다
나는 그들과 함께 끼니를 해결하는
아버지를 본다.

밥을 먹다가 나는
꺼이꺼이 운다
밥 먹는게
따뜻한 밥 위장속으로 집어넣는 내가
너무 싫어서 너무 죄스러워서
그 사내들 무리속의 아버지가
나를 쳐다보고 계신것 같아
밥 못먹고 운다
평생 불효자로 남은 내가 못나서
운다

만일 그때,
내가 목놓아 울었다면
조금은 달라졌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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