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남편광주아빠
바닥에 남은 차가운 껍질에 뜨거운 눈물을 부어 그만큼 달콤하지는 않지만 울지 않을 수 있어 온기가 필요했잖아 이제는 지친 마음을 쉬어 이 차를 다 마시고 봄날으로 가자 우리 좋았던 날들의 기억을 설탕에 켜켜이 묻어 언젠가 문득 너무 힘들 때면 꺼내어 볼 수 있게 그때는 좋았었잖아 지금은 뭐가 또 달라졌지 이 차를 다 마시고 봄날으로 가자 ---------------------------------------------------------------------------------- 어제는 중학교를 16바퀴 쉬지않고 뛰었다. 처음에는 3바퀴 정도 간단하게 걷다가 달리기로 바꿨다. 바꾸면서 핸드폰을 꺼내 '인디'라고 검색한 노래들을 틀어두었다. 처음 5바퀴까지는 조금 힘들었다. 허리가 조금 아팠고 숨이 차..
사람도 그와 같았으면 2003년 6월 24일 흐림 요즘에는 새소리가 많이 들린다. 뻐꾹새 우는 소리는 늘 들어봐도 마음이 슬프다. 저녁에 솟종새 우는 소리가 들리면 처량한 생각에 잠을 설치고 아침 다섯 시 되면 꾀꼬리 우는 소리에 곤하게 자든 잠도 활짝 깬다. 곤히 자다가도 정신이 나는 것 같다. 앞마당가에 백합꽃이 봉오리가 생기더니 한 이십 일 정도 되니까 6월 20일부터 피기 시작하드니 오늘 사흘째 되니 다 활짝 피었다. 문열고 밖에 나가면 백합 냄새가 향이 너무 확 난다. 참 귀엽고 만져보고 싶다. 하얀 백합이 보기에도 깨끗하고 즐거워서 사람도 그와 같았으면 좋겠다. --------------------------------------------------------------------------..
현준이에게는 모든걸 다 얘기해야 한다. 잠시 눈을 돌리거나 당장 회피하기 위해 현준이에게 거짓말을 했다가 들켰을 때 현준이가 실망한 듯 자지러지게 울던 모습을 봤기 때문이다. 또 언어 발달정도가 상상을 초월해서 내게 물어보는 수준이나 설명해주는 수준이 너무 높다. 그리고 상황에 대한 기억력도. 어떻게 그렇게 얘기할 수 있을까? 싶은 말들을 요새 폭풍 쏟아내고 있는 우리 현준이. 광주에 내려가 아내와 아이들과 주말을 보내고 올라가야 하는 날 나는 조금 안절부절 못한다. 현준아. 아빠 오늘 서울 가. 아빠! 오늘 서울에 가요? 응 아빠 오늘 서울에 가요. 아빠가 어제 얘기했죠? 응. 알아요. 그리고 나서 현준이의 표정은 시무룩. 잠깐이라지만 헤어진다는건 슬픈거구나. 현준이를 보면서 늘 느낀다. 아무튼. 가야..
현준이가 잘 자고 있는 걸 확인하고 밖으로 나와 티비를 틀었다. 건조기에서 마른 빨래를 꺼내 거실 한 가운데로 옮겨 놓고 자 이제. 빨래를 정리해볼까? 쉼호흡 하고 선풍기를 '약'으로 틀어놓고 자리에 앉으려는데 방안에서 현준이의 울음소리. 후다다닥 일어나 방문열어보니 현준이가 일어나 앉아 울고 있었다. 엄마. 엄마 하고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 울고 있다. 현준이 깼구나? 엄마가 없어서 울었어? 아빠가 다시 왔어~ 현준이가 무서웠구나~ 아빠가 미안해. 아빠가 옆에 있을게. 현준이 눈물을 닦아주고 다시 눞혀 안아주었다. 조금 더 나오는 눈물을 닦아주는데도 조금씩 '식식'거리며 울음이 나오는지 현준이는 작게 '엄마. 엄마.' 거렸다. 다시 잠이 오는지 눈을 감고 내 품에 안겨서 조용해진 그 때. 품 속의 현준이..
아내가 서울에 있을 때 아침마다 바나나주스를 갈아줬다. 일어나서 씻고 집 밖을 나서기까지 15분 밖에 걸리지 않는 나는 그 사이에 뭘 먹어본 적이 없었다. 내 기억으로는 중학교 시절부터 아침을 먹지 않았고 그래서 결혼할 때도 아내에게 아침같은건 만들어먹지 말자고 했다. 어느날부턴가 아내가 아침에 바나나 주스를 갈아주기 시작했다. 또 챙겨주는 건 잘 먹는 스타일이어서 좀 부대끼긴했지만 꿀꺽꿀꺽 마시고 출근했다. 자던 차림에 얼려두었던 바나나를 갈고 우유를 부은 후 꿀을 넣는 모습이 여간 예뻐보였다. 맛도 좋았고. 첫째녀석을 가지기 전부터 아내는 내 건강을 끔찍히 생각했는데 간에 좋다는 약들을 꼬박꼬박 챙겨주었고 광주에서 올라오는 도라지즙이며 배즙, 포도즙, 양파즙 등을 넉넉히 챙겨두고 때마다 마시게 해주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