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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람회. 마중가던 길

김윤후 2009. 9. 4. 01:10

한 후배 녀석이 끝나버린 사랑에 코를 박고 울고 있어 슬프다.
녀석도 여자인지라 닭똥같은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면 나는 어찌할 방도를 몰라 짜증이 솟구친다.
얼마동안, 무작정 그녀를 이리 아프게하는 사람을 욕하고, 비난했으며 어떤 사람인지 몰라도 후에 만나게 되면 혼구녕을 내주겠다며 으름장을 놓기도 했지만 속수무책이었다. 그 사람이 후배의 가슴에 너무 깊이 뿌리를 내린 후였다. 깊은 뿌리는 밑둥을 잘라낸다고 죽지 않는다. 옮겨 심는 수밖에.

술 한잔에 눈물 한방울. 녀석 큰 눈에서 눈물이 소주잔으로 떨어질 때마다 나는 일회용 티슈를 몇장 끄집어 내 건냈다. 몇 번 접어서 우아하게 눈물을 찍어 내던 모습은 또 어찌나 우습던지. 그래도 아직은 어리고 귀여운 후배다.

내 잘못을 하나 말하고 용서를 구하자면.
반복되는 강한 직언에도 변함없이 한 곳만 응시하고 혼자 남겨진 끈을 움켜쥐고있는 녀석을 보며 만일 내가 너의 남자친구였다면 너의 이러한 태도에 쉽게 질리고 말았을거라 했던 말. 다음날 생각해보니 직언보다 더 마음을 아프게 할 수 있었던 말인 듯 하여 후배를 다시 봤을 때 미안함이 솟았다.

무엇으로도 채워지지 않는 사랑의 빈 자리. 누구는 6개월은 지나봐야 제정신 차리고 예전 모습으로 돌아올 거라 하고, 누구는 새로운 사랑으로 지금의 사랑을 잊으라 하고. 혼자 남겨진 공간에 낙엽처럼 위로의 말들이 윙윙대지만 누가 알까 그마음을. 그래 나는 모른다.

다시 기다릴거라는 녀석의 마지막 고백에서 나는 전람회의 '마중가던길'이란 노래가 떠올랐다.
전람회 1집 Exhibition에 수록된 6번 트랙.

(노래는 도저히 구할 방법이 없어 현재 재생되고 있는 블로그를 링크시켰다.
그림이나 노래 제목을 클릭!)




널 만나기 위해 길을 나섰지 아무도 모르게

낯익은 가로수 아름드리 나무는 푸른데

날 스쳐 가는데 가을바람은 예전 그 모습으로

늘 따뜻한 웃음 날 지켜주던 네 모습은

이제는 허물어져 아른거리는 기억 속을 더듬어도

난 생각이 나질 않아 그저 차가운 웃음만이 쌓여갈뿐

난 이제 잊혀 지겠지 






그리고 또 하나의 명곡. 전람회. 두번째 앨범에 수록되어 있는 첫사랑.
반주는 노영심. 이 노래도 함께 올려본다.




더 높게 보이고 더 크게 보였지

내가 아닌 마음에 난 눈물을 흘리고

잡을순 없었지 가까이 있지만

숨겨진 네 진실을 난 부를순 없었지

볼수는 없었지 마음 깊은 곳까진

언제나 한발 멀리서 그냥 웃기만 했어

추운날이 가면 알지도 모르지

겨울밤의 꿈처럼 어렴풋하겠지만

잊을 순 없겠지 낯익은 노래처럼

바래진 수첨속에 넌 웃고 있겠지

우 ~





잊혀지지 않을 것 같고, 잊고 싶지 않고, 잊지 않으려 노력하겠지만
그러하여도 결국 잊혀져 간다는 사실 앞에서 무참한 사랑.
녀석에게. 해줄 말이 많지 않은 나는 참 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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