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남편광주아빠

임범. 술꾼의 품격-마법 같은 유혹과 위로, 25가지 술과 영화 이야기 본문

틈/누군가의 한 소절

임범. 술꾼의 품격-마법 같은 유혹과 위로, 25가지 술과 영화 이야기

김윤후 2010. 5. 30. 12:21








  글 서두에 밝혀두지만 이 책은 대원옹이 읽지 않았으면 좋겠다.
 어느날엔가 대원옹이 내게 보드카에 대해 물어보더니 대원옹의 그분과 앱솔루트 보드카를 할인점에서 사서 마셨다는 얘기를 한적 있다. 대원옹이 이 책을 읽는다면 책을 옆구리에 끼고 그분과 함께 다시 할인점으로 달려갈 것이다. 나 역시 자주 가는 Bar에서 화이트 러시안이라는 칵테일을 시켜 마셔보았다. 책에 나온다. 맛있더라.

 대학교 1학년 잔뜩 겉멋들어 돌아다닐 삼사월 즈음, 병맥주에 대한 환상으로 음악을 같이 듣곤 했던 고등학교 친구녀석과 바에 자주 드나들었었다. 그곳에서 메탈리카에 심취해 3집 대표곡 Master of Puppet를 들으며 좌중의 시선에 아랑곶하지 않고 헤드벵잉을 했고 한 손에는 늘 버드와이저나 밀러가 들려있었다. 어느날 다시 바에 모인 녀석과 나는 버릇처럼 병맥주를 시켰고(그 때 당시 수입병맥주 한 병의 가격이 5천원이 넘었다.) 음악을 신청해놓고 생각없이 머리를 흔들어대고 있었다. 그 때 친구녀석이 갑자기 맥주와 함께 테킬라를 시켰다. 메뉴판에서 보긴했지만 직접 주문해보기는 처음이었고 나는 같이 시키기 보다는 날라온 녀석의 테킬라 한 잔을 바라보기만 했다. 딸려나온 소금과 레몬과 커피분말. 신선했다. 어떻게 먹는 거지? 그게 내 첫 스피릿spirit의 시작이었다.

  - 독주를 뜻하는 '스피릿'은 알코올 도수 35도 이상에 설탕을 첨가하지 않은 증류주를 말한다. 최근엔 알코올 도수 20도 이상의 증류주를 스피릿으로 부르기도 한다. 곡류 및 과일 등을 발효시킨 뒤 다시 증류해 순도가 높은 것이 특징이다. 위스키, 브랜디, 럼, 진, 보드카, 테킬라, 고량주 등이 이에 속한다.

 스트레이트로 마시면 목부터 타오르는 바카디, 아랫배부터 불에 달군 돌을 삼킨것처럼 달아오르는 테킬라, 친구들과 돈모아서 겨우 마셨던 잭다니엘, 평범함으로 승부하는 밀러 라이트, 그리고 오늘 다운받아봤던 영화 '칵테일'에서 나왔던 정말 먹어보고 싶은 레드아이.

 한겨레 신문사에서 18년 동안 글밥먹던 임범은 말했다.
이십대엔 술을 많이 마셨고 삼십대엔 폭음했고 사십대에는 술을 즐기다가 지금은 애주가가 됐다고. 그럼 나는 지금 폭음할 시기인가? '애주가'를 직함으로 사용한다는 그. 멋있다.
 
 12시를 넘긴 새벽녘에만 이 책을 읽어서 그랬겠지만 한 꼭지를 읽고 나면 꼭 전화기를 들고 누군가를 불러내고 싶었다. 책에, 영화에 나오는 그가 경험한 술들을 나도 마셔보고 싶었다. 하지만 우리집 냉장고를 열어보면 지난 제사 때 사놨던 뚜껑따진 소주뿐. 나는 입맛을 다시며 책을 덮을 수 밖에 없었다.

 글을 끝내면서. 제안을 하나 하자면. 이 책 27page에 나온 임범이 개발(?)한 보드카 칵테일이 있는데 이건 진짜 침이 꼴깍꼴깍 삼켜질 정도로 마셔보고 싶은 칵테일이다. 여러명이서 파티를 할 때, 큰 그릇에 이 칵테일을 만들어 잔에 떠 마시면 그렇게 맛있단다. 그의 경험으로 이 칵테일을 싫어한 이가 없었다 하니 우리도 한번 만들어 마셔보자! 레시피도 드럽게 간단하니. 그리고 여기에 나온 영화도 꼭 같이 보면서. 애생관 스탠딩 파뤼~

' > 누군가의 한 소절'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장영재. 경영학 콘서트.  (2) 2010.05.31
최인호. 머저리 클럽.  (2) 2010.05.13
김영하. 퀴즈쇼 2  (0) 2010.05.11
김영하. 퀴즈쇼.  (0) 2010.05.08
이석원. 보통의 존재.  (0) 2010.05.04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