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남편광주아빠
건설현장에서 토목 반장으로 십수년을 일 해오신 아버지는 가시기 몇일 전까지 꼭 삼시세끼를 챙겨드셨다. 반쯤 불에 그을린 듯 익은 얼굴을 하고 현장에서 돌아오실 때쯤 아버지는 오늘 하루 무진장 더워 땀을 한 바가지는 흘린 것 같다며 늦은 저녁에도 두 공기씩 밥을 드셨다. 반주로 소주를 두 종이컵씩 들이키신 후 쇼파에 앉아 끝나가는 아홉시 뉴스를 붙잡고 코를 고셨다. 다음날에도 아버지는 아침 해보다 먼저 눈을 떠 꼭 아침을 드시고 일을 나가셨다. 티비에선 여전히 뉴스가 방송되고 있었고 뉴스에서는 여전히 이상고온을 예보하고 있었다. 졸린 눈을 비비고 버릇처럼 현관에서 아버지를 배웅하고 나면 나는 아침 먹는 걸 포기하고 한시간이나마 더 자려 고 다시 이불 속을 파고들었다. 그러고 다시 저녁이 되어야 아버지를 볼..
오늘 아침에 일어났는데 아버지가 가신 다음날 같았다 며칠째 눈 뜨는데 아버지가 가신 다음날 같아서 너무너무 아버지가 보고싶다 너무너무
짧고 짧게, 길고 길게 짧고 짧게 흘러가는 요즘입니다. 짧고 짧게 꿈을 꾸다 짧고 짧게 일어납니다. 짧고 짧게 세수하고 오줌싸고 짧고 짧게 버스에 올라옵니다. 회사에 도착해서도 짧게 일하고 짧게 쉽니다. 잠깐 짬에 점심시간. 길고길게 밥 먹으려다 짧고 짧게 먹는 사람들에게 짧게 혼납니다. 짧게 담배피고 들어와 짧게 앉아 멍하니 시간을 방치합니다. 길게 노을이 지는 데 짧게 쳐다봅니다. 짧게 짧게 지나치는 사람들 속을 걷다 집으로 옵니다. 티비를 보다 짧게 웃고 짧게 슬퍼합니다. 길고 긴 꿈을 꾸고싶어 몸을 뉘여도 우리는 늘 짧고 짧게 깨어납니다. 시린 달빛 저 혼자 길게길게 밤을 채웁니다. 길게 노을지는 하늘에 기대 늦어지는 당신을 한없이 기다려 숨 많은 사랑을 하고싶다는 생각 이러려고 엄마 뱃 속에서 ..
요새 자주 듣는 10cm의 노래. 사랑은 은하수 다방에서. 봄이라서 그런지 연애 중이라서 그런지 멜랑꼴리한 노래를 찾아 듣다가 소리바다 인디 카테고리에서 발견한 노래. 제이슨 므라즈의 Lucky 와 비슷한 느낌의 노래가 아닐지. 그녀는 다방, 그러니까 까페에 가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카페에 가서도 늘 제일 싼 아메리카노만 먹더라구. 뭐 그게 취향일지 모르지만 카페에 갈 때마다 자기 집 주변의 무척 값싼 커피를 파는 곳을 말하며 '거기가 훨씬 싼데...' 하고 샐쭉거리는 걸 보면 요즘 애들처럼 커피홀릭은 아닌 듯. 자주가는 다방에서 생각이 나 만든 노래라니 우리 학교 앞에도 안암다방이 있지 않았었나? 신입생때 95 선배들이랑 한 번 갔었던 거 같은데. 아무튼. 주저리주저리 두서없고 정신없고 뭔가모르..
리처드 도킨스는 '이기적인 유전자'에서 사람은 유전자적으로 이기적이라고 했다. 인간은 자기자신의 생존밖에 모르는 싸가지없는 놈이라고 도킨스는 그의 책에서 말하고 있다. 적어도 그 책을 읽은 나는 그렇게 느꼈다. 하지만 난 싸가지 없는 놈이 아니다. 결단코. 착한남자 콤플렉스. 정신분석학에서 사용하는 말인지는 나도 잘 모르지만 아무튼 내가 가진 여러 콤플렉스 중에 저것도 있다. 모두에게 웃어주고 모두에게 잘해주는. 정확히 말해서 모든 여자에게 웃어주고 모든 여자에게 잘하주는 남자. 더욱더 확실히 말해서 예쁜 여자에게는 더더욱. 여기까지. 나는 늘 예쁘게 정리된 나의 강의 노트를 공개발행했으며 나에게 들어오는 밥약속은 절대 거절하지 않았고 여기저기서 들어오는 무리한 부탁에게 늘 자신있게 'Yes!'라고 외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