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남편광주아빠
고등학교 시절 나는 40%의 아웃사이더 기질과40%의 들이대기와 20%의 특이함으로 무장하고 있던 그저그런 어중이 떠중이중 한명이었던걸로 기억한다. 학교 성적은 벼락치기신공으로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었고 남다른 기초체력으로 하루종일 운동장을 뛰어댕겨도 이마에 송글거리는 땀한방울 흘리지 않았다. 나름 건장한 소년이었던게지. 1학년때는 어줍잖은 반 1등으로 선생님의 총애를 받았었고 나름 유들유들한 성격으로 원만한 친구들과 둥글게살아가고 있었다. 박우진. 이녀석과의 엿같은 인연은 그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녀석은 나의 절친한 초등학교 동창인 정충일, 이명호와 같은 반이었고-나중에 안 사실이지만-소문으로는 상위3%안에 든다는 부잣집 아들내미었다. 아마도 꽃가루 휘날리던 봄날 5교시가 끝날을 즈음의 시간이었던걸로..
혼자 먹는 밥 - 강윤후 거실벽에 비스듬히 기대어 있던 햇살이 어느결에 뒤걸음질쳐 베란다 바깥으로 물러난다 늦은 봄 허탕치듯 만발한 라일락은 이윽고 어둠을 불러모아 스스로 한 그루의 어둠이 되고 나는 태언하게 쌀을 씽어 안친다 손수 끼니를 짓는 일도 습관 들이기 나름이어서 그런 대로 견딜 만하지만 여전히 혼자 먹는 밥은 맛이 없다 식구들이 둘러앉아야 비로소 풍성해지는 저녁식탁 그러나 아무리 잘 차린들 내 저녁식탁은 스산하기만 하여 여물을 씹듯 밥알을 우물거리며 게으르게 시간을 으깬다 함께 찌개를 뜨던 다른 숟가락들은 모두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빈 교실처럼 조용한 나날이 식탁위를 흐르는데 가끔 먼 기억 어디선가 지금 행복하냐구 물어서 생각해 보면 내게도 행복했던 시절이 있었던 것 같아 맥없이 숟가락을 내려..
범수 (졸업사진찍고) .......... 범수 : 심란해서 그래 혜빈 : 심란해요? 왜요? 범수 : 그냥. 사진찍어서 그런가봐 졸업이라니.졸업한 선배가 그러더라고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갈 수 있으면 얼마나 좋겠냐고. 나도 그런말 할 날이 얼마 안남았잖아. 그 선배가 그러더라고. 봄에는 개나리 진달래 목련이 피고 여름엔 장대비가 쏟아지고 가을엔 온통 붉은 단풍잎이고 겨울엔 눈발이 하염없이 쏟아지고. 학교 다닐 땐 몰랐는데 그런 계절의 아름다운 변화도 캠퍼스만한데가 없다는거야. 혜빈 : 그건 그래요. 범수 : 어쨌든 자기 인생에 있어서 가장 찬란하고 가장 푸르고 그랬을때가 지나고 보면 여기었다더군. 여기 고뇌도 있었고 사랑도 있었고 싸움도 있었고. 졸업식 때 뭐 부모님들 오시고 후배들이 꽃갖다 주고 그러다가 ..
학교 잔디밭에서 소주마시면서. ---------------------------- 헌성: 너 묵념하냐? 범수: 응 묵념한다 가슴이 아파서. 헌성: 임마 가슴이 왜 아파. 난 기분이 좋은데 얘. 얘 취했다. 범수: 그래. 살다보면 기쁜날도 있고 슬픈날도 있지 헌성아. 너 이런기분 아니? 나 되게 허전하다. 미리: 하하하하 얘 진짜로 취했나봐. 웬일이니. 범수: 임마 난 취하면 안되니. 그러지마. 나도 지금 무지 외롭고 슬프다 임마. 보고 싶은 놈은 못온다고 하고 늘 보던놈은 간다고 그러고 난 어디로 가야될지 모르겠고. (미리 무릎을 배며) 허. 왜 세상은 이모양이지. 하. 지구가 돌긴 도나보다. 하늘이 빙빙 돈다. 헌성: 차. 짜식이 끝까지 최후까지 여자 무릎을 배냐? 같이 배자. -------------..
드라마 내일은 사랑 중에서 범수: 헌성아 내가 시 한수 읊어볼께 들어볼래? 오래 전에 내 아는 형이 졸업할 때 쓴 시야. 겨울이었지. 눈이 펑펑 오는 날 그 형이 어떤 술집에서 쓴거야. 가만. 내가 어디다 뒀는데. 겨울편지 그 저녁이 우리가 울던 언덕에는 달빛 부스러기, 휘파람 소리 목마른 누군가와, 깃발의 무게와, 빈 술병과 으께어진 가슴들이 있을까? 몇 사람이 일어서고 그 자리엔 혹한의 겨울바람이 뒹구는데 밤이 늦었구나 이사람아 남은 술잔 들이키고 일어서야지. 낡은 탁자위에 술병이 엎어지고 사람은 잠들어 좀처럼 일어나지 않는다 난로 위의 주전자에는 벌써 오래전부터 물이 끓고 있고 바깥은 점점이 눈발이 날린다 졸업 앨범을 베고 잠들어 있는 사람. 무슨 꿈을 꾸는지 미소를 짖고 있다 그러하다. 이 눈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