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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남편광주아빠
학교 잔디밭에서 소주마시면서. ---------------------------- 헌성: 너 묵념하냐? 범수: 응 묵념한다 가슴이 아파서. 헌성: 임마 가슴이 왜 아파. 난 기분이 좋은데 얘. 얘 취했다. 범수: 그래. 살다보면 기쁜날도 있고 슬픈날도 있지 헌성아. 너 이런기분 아니? 나 되게 허전하다. 미리: 하하하하 얘 진짜로 취했나봐. 웬일이니. 범수: 임마 난 취하면 안되니. 그러지마. 나도 지금 무지 외롭고 슬프다 임마. 보고 싶은 놈은 못온다고 하고 늘 보던놈은 간다고 그러고 난 어디로 가야될지 모르겠고. (미리 무릎을 배며) 허. 왜 세상은 이모양이지. 하. 지구가 돌긴 도나보다. 하늘이 빙빙 돈다. 헌성: 차. 짜식이 끝까지 최후까지 여자 무릎을 배냐? 같이 배자. -------------..
드라마 내일은 사랑 중에서 범수: 헌성아 내가 시 한수 읊어볼께 들어볼래? 오래 전에 내 아는 형이 졸업할 때 쓴 시야. 겨울이었지. 눈이 펑펑 오는 날 그 형이 어떤 술집에서 쓴거야. 가만. 내가 어디다 뒀는데. 겨울편지 그 저녁이 우리가 울던 언덕에는 달빛 부스러기, 휘파람 소리 목마른 누군가와, 깃발의 무게와, 빈 술병과 으께어진 가슴들이 있을까? 몇 사람이 일어서고 그 자리엔 혹한의 겨울바람이 뒹구는데 밤이 늦었구나 이사람아 남은 술잔 들이키고 일어서야지. 낡은 탁자위에 술병이 엎어지고 사람은 잠들어 좀처럼 일어나지 않는다 난로 위의 주전자에는 벌써 오래전부터 물이 끓고 있고 바깥은 점점이 눈발이 날린다 졸업 앨범을 베고 잠들어 있는 사람. 무슨 꿈을 꾸는지 미소를 짖고 있다 그러하다. 이 눈이 ..
사랑한다고 말해봤니 네 그 사람이 널 사랑한다고 말했니 아니오 너의 사랑은 계속될 것 같니 네 그사람이 널 사랑할것같긴 하니 아니오 니 사랑은 언제까지니 그건. 예 아니오로 말할 수 있는게 아니잖아요 ------------------------------------------
어떤 새는 저녁무렵에 혼자서 바다로 나아간다. 가슴에 석양을 받으며 새는 캄캄해지는 수평선 쪽으로 날아간다. 혼자서 날아가는 새는 저 혼자서 바다 전체를 감당하려는 듯하다. 한 마리의 새는 바다 전체와 대치하고 있다. 한 마리의 개미 역시 그렇다. 개미 한 마리가 땅을 기어갈 때, 그 개미는 홀몸으로 땅 전체와 대치한다. 한 마리의 사슴이나 사자도 그러하다. 깎아지른 벼랑 끝에 앉아 있는 독수리 한 마리는 저 혼자서 이 세상 전체를 내려다보고 있다. 이 한 마리는 외롭고 또 위태로워 보이지만, 이 외로움은 완벽한 존재의 모습을 갖춘 것이어서 살아 있는 모든 것들은 본래 혼자일 뿐이라는 운명을 일깨운다. 나는 혼자서 밤바다로 나아가는 새의 내면을 들여다볼 수 없다. 새 또한 나를 들여다보지 못할 것이다. ..
학교 앞에 김밥천국에서 시킨 2500원 짜리 라면에는 가운데에 가지런하게 콩나물이 올라앉아있었다 젓가락을 들어 그녀석들을 곱게 펼쳐서 국물에 푹 담근다음에 면발이랑 같이 섞어잡아서 한입 후룩 넘기면 시험공부로 지친 마음도 따뜻해지는 듯 했다 막 복학을 했을때 이놈은 내 둘도없는 친구였다 군제대 후 정신이상으로 소심함을 과식했던 터라 발맞출 사람이 없어서 혼자 끼니를 연명해야했던 그때 발그레한 눈웃음치며 나를 반겨준 녀석이었다 먹고나서 부리는 심술덕에 화장실을 들락날락 거려야 했지만 뜨거운 연기로 내 시야를 흐려주어 꾹꾹 눌러나오는 슬픔도 다 가려주었던. 낮잠을 늦게까지 자다가 얻은 말짱한 정신덕에 집앞 김밥천국에서 너를 만났건만 예전같지 않은 맛에 참 오랜만에 너를 찾은 나에대한 불만이려니. 생각해본다...
"그남자네 집"을 읽다 문득 생각이 납니다. 바보같이 멍렁하게 내가 사랑한 사람이 누군가. 붉어진 내 사람이 누군가. 어두운 하늘을 보며 저녁이구나 밝아진 하늘을 보며 아. 오늘이구나 조그마한 기억속에 방을 꾸민 그대에게 아. 어지럽구나 그렇게 적은 술에 감정을 녹입니다. 많은 사람에게 전하겠지만 난 술을 계속해서 마실거에요 이유는 묻지 말아요 논리적으로 설명하기 힘들거든요 과학도로서. 그러나. 보고는 싶습니다. 하루가 미로같은 삶의 구덩이속으로 내 마음은 붉어집니다.
사나워 보이는 고무끈으로 자신이 묶어놓은 강아지 한마리를 사정없이 내리치며 거친말을 내뱉는 야영장 아저씨를 보며 그랬다 저럴거면 왜 데리고 있지? 하지만 헐크같던 그 사람은 잠시후 고무채찍을 내리치던 그 손으로 하얀 비누거품을 만들며 자신의 강아지를 이곳저곳 구석구석 씻겨 주었다. 사람의 소유는 단순히 자기것이라는 의미밖에 없는걸까. 내것이라는 생각과 함께 그 소유물의 의미가 소멸된다면 소유의 무슨 가치가 있을까. 없어지면 또 울고불고 벽보 덕지덕지 붙여가며 찾아다니겠지. 소유물의 뒤바뀜 내가 무엇인가를 소유한 주인이 아니라 우린 좋은 시간을 함께한 단순한 친구일뿐 안그래? 사랑도 마찬가지야.
미련이 남았다면 아마 그건 지워지지 않을겁니다. 그건 내가 어머님의 작은방에서 태어나 엉덩이 맞아가며 내질렀던 울음과 같거든요 좋아하는 이에게 사랑하는 사람에게만 미련이라는 말이 어울리는 것처럼 사랑했다는 감정이 쓱싹쓱싹 지워지지 않는 것처럼 미련은 저금통 마지막 10원짜리처럼 내 밖으로 밀어내가 쉽지 않은 놈이지요 그에게 혹 그녀에게 미련이 있다면 애기 하세요. 내 미련으로 당신이 아직 내 안에 있다고. 그러면 미련은 추억이 될겁니다. 추억은 지우지 않아도 되거든요.
배고프다. 아랫배가 살짝 아려오는 것이. 여자들이 말하는 특권적 아픔도 이것과 비슷할 것이라는 생각이다. 인생 뭐 있어. 독고다이지. 술에 절어 냄새나는 단어들을 지껄여대다가 화면이 정지되고 상의를 탈의한 채 쪼그려 아파하는듯 누워 늦아침의 햇살로 잠에서 깰때 아. 집이구나 아. 집이구나. 그냥 갑자기 막 뛰쳐나오는 개 울음같은 눈물을 참느라 라디오 볼륨을 최대한 올리고 이불을 뒤집어 쓰면 그 속에서 만나는 녀석.
싫어한다. 사실 내 몇안되는 슬픈 기억의 시작점을 찍고있는 유일한 물건이기에 걍 싸그리 뭉탱이로 가져다가 난지도에 날려버리고 싶은 또 유일한 물건이다. 군시절에 어느 한 장교님께서 갈구시길 '바람부는 맑은 날 밤에는 150m밖에서 피는 담배도 충분히 냄새를 맡을 수 있기에 외곽근무나가서는 절대 담배를 피지 마라!' 고 하셨다. 사실 내가 근무했던 경기도 이천시에는 외곽초소에서 담배를 고봉으로 펴도 그 냄새를 맡고 AK소총을 쏴댈 북괴군이 사방천지에 한명도 있지 않았지만 말이다. (술쳐먹고 갤갤대며 초소밖 철조망에 오줌싸는 아저씨는 계셨다.) 건물 건평 얼마(잘 모르나. 확실히 봤다!)이상되는 실내에서는 담배를 당연히 피면 안되는줄 나는 알고있었다. 지성인이기에 내가 일하는, 즐거움이 가득한 우리동네훼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