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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남편광주아빠
김연수 경북 김천에서 태어나 성균관대 영문과를 졸업했다. 1993년 [작가세계] 여름호에 시를 발표하고, 1994년 장편소설[가면을 가리키며 걷기]로 제3회 작가세계문학상을 수상하며 본격적인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장편소설[굳빠이, 이상]으로 2001년 동서문학상을, 소설집[내가 아직 아이였을 때]로 2003년 동인문학상을, 소설집 [나는 유령작가입니다]로 2005년 대산문학상을, 단편소설 [달로간 코미디언]으로 2007 황순원문학상을, 단편소설 [산책하느 이들의 다섯 가지 즐거움]으로 2009년 이상문학상을 수상했다. 그 외에 장편소설 [7번 국도][사랑이라니, 선영아]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밤은 노래한다] 소설집[스무 살], 산문집[청춘의 문장들][여행할 권리]등이 있다. 내게 있어 그의 첫 ..
내 안의 욕망이 고개를 드는 순간에 나는 버티기 보다 쉽게 무너져 내렸다. 술자리에서 취기를 이기지 못함에도 계속 술잔에 술을 따랐고, 이른 새벽 봉두난발로 침대에서 벗어나야 하는 시간에 잠을 이기지 못했고, 삶의 곤궁 속에서도 그녀와 방탕한 사랑을 즐겼다. 절제, 인내, 중용의 덕들은 순식간에 허물어지고 그 자리에 썩은 욕망의 탑이 세워졌다. 나는 쉽게 무너져 내렸다. 같은 경험을 가진 사람이 반갑게만 다가오는 것은 아니다. 그 경험이 숨겨야만 하는 경험이고, 그 경험의 치부를 감쌀 포장지가 너무 가볍다 싶으면 경험의 공감대는 거부감을 만들어 낸다. 또 다른 더러운 내가 내 옆에 있다는 사실은 내 심장에서 검은 피가 흘러나오는 것을 직접 보는 것처럼 역겹다. 그냥 싫은 것이다. [꽃의 기억]에서 박경진..
또 다시 신경숙이다. [외딴방][엄마를부탁해][깊은슬픔][리진]이후 다섯번째 작품. 외로울 때는 신경숙의 책을 보지 않는다는 한 독자의 이야기에 그 이유를 물으니 더욱더 외로워지기 때문이라는 신경숙의 글들. [기차는 7시에 떠나네] 뼈에 각인 될 깊은 절망의 기억이 눈을 멀게하고 귀를 멀게하고 나아가 기억 자체를 지워버릴 수도 있게 한다. 나 또한 그 시절의 기억이 또렷하게, 아니 희미하게라도 남아있지 않은 것처럼. 그 시절 그 시간 이후부터 지금까지, 자고 일어났더니 10년이라는 세월이 훌쩍 지나버린 것처럼 시간을 멀리뛰어버린 그런 기억들. 아프고 시리지만 노력하지 않으면 되살아나주지 않는 생각의 뿌리들. 그 기억 속으로 걸어가는 신경숙의 언어들은 여전히 흐리고 멀겋다. 요즘에도 나는 오늘이, 그러니까..
많은 갈림길에서 오직 최악의 길만 골라 갈 때가 네게도 있었다. 수업이 끝나고 학원에서 12시까지 공부하고 2시까지 학원 위층 독서실에서 책보다 집에 오면 아버지는 늘 술에 잔뜩 취해 거실에 앉아계셨다. 불콰해진 얼굴로 전화기를 붙잡고 마구 욕을 해댔다. 누구일까. 아무튼 그분도 참 잘못 걸리신 날이다. 엄마는 내 방에서 이불을 뒤집어 쓰고 벽쪽으로 누워 잠들어 있었다. 아니 잠든척 하고 있었다. 가방을 방안 구석에 내려놓고 늦은 저녁을 먹으려 냉장고 문을 열면 채 치워지지 못하고 층층이 널부러져 있는 반찬그릇들이 보였다. 아. 또 엎으셨구나. 매번 엎어져도 상다리 한번 부러지지 않았던 우리집 밥상. 쉽게 부러질 것이었다면 아버지께서 밥상에 화풀이하지 않으셨을까. 아무말도 하지 않았던 그 새벽에 나는 내..
김인숙 작가의 소개글은 이전 '우연' 평의 것으로 갈음한다. 솔직하다. 빠르다. 거침없다. 종이 이곳 저곳에 상처와 결핍이 스며있고 아픔에 시선을 던지지 않는 듯 하면서도 지독히 바라보는 치밀함. 김인숙의 장편소설 '우연'을 읽고 느꼈던 감정선들이다. 두번째다. 이번에는 '봉지'다. 그전에 내 이야기를 잠깐 하자면... 어린시절의 이야기를 꺼내자면 네모난 모판이 떠오른다. 오리가 넘는 하굣길을 걸어 집에 오면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엄마아빠는 일하러 나갔고 분명 누나들은 할머니와 밭에서 김매느라 땀범벅이었을 게다. 형은..... 기억이 없다. 아무튼 나는 질경이를 뽑아 입에 물고 조물조물 씹어 단물을 짜내면서 엄마를 보러 갔다. 마을 시정을 지나 버스정류소가 있는 마을 외곽까지 걸어가면 동네 냇가 건너기..
장영희 에세이. ('에세이'란 단어가 외래어 표기법에 맞는지 잠깐 생각했다.) 서강대 영문과를 졸업하고, 뉴욕 주립대에서 영문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컬럼비아대에서 1년간 번역학을 공부했으며, 서강대 영미어문 전공 교수이자 번역가, 칼럼니스트, 중·고교 영어교과서 집필자로 왕성한 활동을 했다. 문학 에세이 [문학의 숲을 거닐다]와 [생일][축복]의 인기로 '문학 전도사'라는 별칭을 얻었으며, 2003년에는 아버지 故 장왕록 교수의 10주기를 기리며 기념집 [그러나 사랑은 남는 것]을 엮어 내기도 했다. 번역서로 [종이시계][살아있는 갈대][톰 소여의 모험][슬픈 카페의 노래][이름 없는 너에게]등 20여 편이있다. 김현승의 시를 번역하여 한국문학번역상을 수상했으며, 수필집 [내 생애 단 한번]으로 올해..
신경숙 전북 정읍에서 태어나 서울예술대학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 1985년 [문예중앙] 신인상에 중편 [겨울 우화]가 당선되어 작품활동을 시작한 뒤, 내면, 욕망, 일상, 여성 등의 문제를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일상적이고 사소해 보이는 세계에 대한 탐구, 자신의 존재를 쉬이 드러내지 못하는 미세한 존재들에 대한 애정, 그들의 흔들리는 내면에 대한 섬세한 성찰 등을 담은 작품들을 발표했다. 소설집 [겨울 우화] [풍금이 있던 자리] [감자 먹는 사람들] [딸기방] [종소리], 장편 [깊은 슬픔] [외딴 방] [기차는 7시에 떠나네] [바이올렛] [리진](전2권)과 산문집 [아름다운 그늘] [자거라, 내 슬픔아] 등이 있다. 한국일보문학상, 현대문학상, 동인문학상, 만해문학상, 이상문학상 오영수 문학상 등을..
김인숙 (金仁淑) 1963년 서울에서 태어나 연세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했다. 대학 1학년 때인 1983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단편 「상실의 계절」이 당선되어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함께 걷는 길』『칼날과 사랑』『유리구두』『브라스밴드를 기다리며』 와 장편소설『핏줄』『불꽃』『'79-'80 겨울에서 봄 사이』『긴 밤, 짧게 다가온 아침』 『그래서 너를 안는다』『시드니 그 푸른 바다에 서다』『먼길』『그늘, 깊은 곳』 『꽃의 기억』『우연』등이 있다. 1995년 『먼 길』로 제28회 한국일보문학상 수상 2000년 단편 「개교기념일」로 제 45회 현대문학상 수상 내가 신경숙 작가에게서 김인숙 작가에게로 시선이 옮겨 간 이유는 그다지 크지 않다. 신경숙작가의 『깊은 슬픔』을 읽을 즈음, 나는 애기능생활도서관 가..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 어린왕자와 더불어 중고생 필독서로 불리는 책이었다. 어느해인가 책을 소개하는 공중파 방송에서 추천도서로 꼽히는 운으로 대중들에게 더 친숙해진 책이기도 하다. 불규칙한 게릴라성 집중호우로 산성비 뒤집어쓰기 쉽상인 미친 날씨 속에서 난 쉽게 읽을만한 책을 원했다. 지금 읽고 있는 경제서적이나 김훈의 시론집은 땀으로 젖은 겨드랑이와 사타구니의 끈적임을 참아가며 읽어볼만한 책이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집어들었다. 애기능 생활과학도서관의 이 책을. " 난 아무것도 바라지 않아. 그래야 실망도 안 하거든. 아기 예수도 사람들이나 신부님이나 교리에서 말하는 것처럼 그렇게 좋은 애는 아냐" 제제는 알고 있다. 그리고 이해하고 있다. 알고 있다라는 것이나 이해하고 있다라는 것이 제제의 나..
--- 김용택 산문집 [오래된 마을] 中에서 학교 회비를 내지 않았다는 방이 교문 앞 게시판에 붙은 지 3일째다. 오늘은 학교에 가자마자 집으로 돌려보내졌다. 지난주에 집에 갈 차비를 가져오지 않았기 때문에 나는 걸어서 집에가지 가야한다. 길을 자갈길 14킬로다. 날은 더웠다. 길을 나서서 내가 걸어야 할 길을 바라보니, 집으로 가는 길이 굽이굽이 하얗게 멀리 아득하다. 저 멀고 먼 길을 나는 나 혼자 걸어가야 한다. 어쩔 수 없다. 걷자. 하얀 자갈길에 불볕이 이글거리고 길은 팍팍하다. 1킬로도 가지 않아서 이마에 땀이 솟고 속옷을 입지 않아서인지 교복이 땀에 젖어 자꾸 몸에 달라붙는다. 집에 가봐야 돈이 없을 텐데······. 주저앉고 싶고 학교로 되돌아가고 싶다. 미루나무에 둘러싸인 학교가 멀리 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