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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남편광주아빠
너를 기다리는 동안. 너를 만나러 가는 길의 하늘이 좋아. 그 길의 사람과 불켜진 상점들. 조금씩 떨어져 밟히는 낙엽이 좋아. 너를 기다리는 버스정류장이 좋아. 지나치는 자동차와 어딘가에서 달려오는 오래된 책냄새. 무엇을 먹을까 고민하는 작은 풍족함이 좋아.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는 너를 위해 상상하는 모든것이 좋아졌어. 그렇게 너를 기다리는 동안. iPhone 에서 작성된 글입니다.
포항에 폭설이 내렸다. 시내교통은 마비되었고 사람들의 발은 묶였다. 어머니는 물끄러미 티비를 바라보고 계셨다. 어머니는 티비 너머를 바라보고 계신것 같았다. 화면은 바뀌어 시장통. 채소 가격을 묻는 기자에게 멀리서부터 장을 보러온 한 아주머니는 물가가 엄청 올랐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코카콜라의 가격과 도시가스 요금이 올랐다는 기자의 말을 들으며 어머니는 낮게 신음하셨다. 나는 가방에서 몰래 백 개의 믹스커피가 든 물건을 꺼내 식탁위에 올려놓고 집을 나왔다. 어머니는 믹스커피를 좋아하셨다. 어머니 마음에는 얼마전부터 폭설이 내린것 같았다. 오른 물가에 내가 할 수있는 일은 고작. iPhone 에서 작성된 글입니다.
몇 달 전 야동을 많이 다운받아놔서 그런 건지 별 프로그램도 깔려 있지 않은 데스크탑 컴퓨터가 망가져버린 이후로 아직도 고쳐지지 않은체 거실에 방치되고 있었다. 얼마 안가 형님께서 노트북을 한 대 가져오셨고 랜선만 빼서 이제는 노트북으로 인터넷을 하고 있는 상황. 그동안 여자친구가 생겼다. 추운 겨울이 왔고 조금있으면 연말이다. 시간 참 빨리 간다. 글을 쓰지 않던 나를 '외로움의 아이콘'이라 부르며 타박하던 후배녀석이 쓴 글을 읽으면서 자판을 두르린다. 두드릴때마다 소리가 난다. 타닥타닥타닥. 사람들 길 걸어가는 소리. 소리 사이사이에 끼어드는 반쪽짜리 기억들은 많지만 반쪽이라 적진 않을 거다. 오늘은 눈이 왔다. 내게는 첫눈이었다. 그래도 기신거리듯 찾아든 PC방에서 나는 자판을 두드린다. 대원이형이..
잊혀졌던 감정들이 동일한 경험을 매개로 고개를 쳐드는 순간들이 있다. 편의점에서 일하면서 우산을 산다는 것은 여간 짜증나는 일이 아니다. 손님들은 공중전화 부스에 지갑을 놓고 그냥 가버리는 경우보다 훨씬 더 많이 점포에 우산을 놓고 간다. 잠깐 담배를 사러 온다거나 신문이나 혹은 껌을 사러 들렀다가도 비 갠 후 손에 쥐고 있던 우산을 계산대 주변에 쉽게 흘리고 가는 사람들. 그 덕에 편의점에는 주인없이 우산통에 꽂혀있는 우산들이 널렸었다. 기상청의 예보와 반대로 살아가야겠다는 지인의 농담처럼 오지않을 것 같은 날씨 속에 갑작스런 폭우가 대지를 두들겨도 난 일을 끝마치고 우습게 우산통에서 내것인냥 우산을 빼 들었다. 편의점에서 우산이란 일회용처럼 흔했으니까. 하늘이 겸재 정선의 화폭처럼 온통 잿빛이었다. ..
그녀석 이야기를 조금 해야겠다. 뚱뚱한 녀석. 키는 나보다 조금 작고 얼굴은 한가위 보름달처럼 둥근 녀석. 고기반찬을 좋아하고 축구로 다져진 종아리 근육이 멋진 녀석. 그리고 또. 많은 사랑에 아파하고 친구들에게, 특히 내게는 더욱 자신의 속살을 보여주기 싫어 사라지기 전 나를 멀리하려했던 녀석. 그녀석은 몇 년 전 이제는 그게 언제인지도 기억나지 않는 날에 갑자기 사라져버렸다. Alcoholers. 그래 알콜러스 얘기를 빠트리면 안되겠지. 최인호의 성장소설에 나오는 [머저리 클럽]의 녀석들처럼 우리 알콜러스들도 때만 되면 서로를 찾아 재미난 일거리들을 만들어내는 놈들이었다. 개그맨보다 더 웃기던 명호, 잘생긴 외모에 훤칠한 키와 뭐든 모아두는 경훈이, 합기도 유단자 합맨 성수, 술 잘 마시고 앳된 외모..
밝은 사람은 자신이 밝지 못하다는 것을 안다. 이건 어른이나 젊은이나 아이나 모두 같다. 태생적으로 밝게 태어난 사람은 똑같이 밝지 못하게 태어났다는 것을 안다. 웃음이 울음과 같다는 것을 안다. 매일 웃고 살지만 매일 울고 있다는 것을 안다. 밝은 사람을 좋아하는 사람의 가슴에 따뜻한 꽃 한송이쯤 자라고 있다는 것을 밝은 사람은 안다. 슬픔이 스며 몸이 젖은 사람의 시선 속에 잘 차려진 밥상 하나 놓여져 있다는 것을 안다. 밝은 사람이 밝지 못한 것처럼 밝지 못한 사람이 밝다는 것을 안다. 울음 뒤에 웃음이 올 것이라는 것을 안다. 밝은 사람은 안다. 나는 울면 안되었으나 늘 울었다. 보이지 않게 울었지만 울음은 늘 어떤 것 보다도 잘 보였다. 혼자 있을 때면 늘 울음은 찾아왔고 함께 일때면 늘 웃음이..
눈꼽을 떼고 글을 쓴다. 수학의 기억 나는 수학을 잘했다. 성적만 놓고 보면. 국민학교 5학년 때까지는 4점 짜리 시험지를 받아오는 학생이었지만 중학교를 지나 고등학교에 다닐 때는 시험마다 늘 고득점이었다. 수능에서는 만점이었고. 하지만 이건 수학을 잘했다는 말의 과거이지 수학을 좋아했다는 말의 근거는 아니다. 나는 수학을 좋아하지 않는다. 적립카드 수많은 적립카드들의 발급 이유가 뭘까? 나는 본질적인 이유를 알지도 못한 채 목표되어있는 발급 건수를 채워 성실한 사원으로 인정받기 위해 영업사원시절 무작정 고객들에게 적립카드를 발급받도록 권유했다. 발급 시에는 100원짜리 쵸콜릿까지 제공하면서. 적립카드를 발급받는 고객이 꾸준히 늘어 나는 회사로부터 성실한 사원으로 인정받긴 했지만 내 생각에 적립은 고객에..
글 서두에 밝혀두지만 이 책은 대원옹이 읽지 않았으면 좋겠다. 어느날엔가 대원옹이 내게 보드카에 대해 물어보더니 대원옹의 그분과 앱솔루트 보드카를 할인점에서 사서 마셨다는 얘기를 한적 있다. 대원옹이 이 책을 읽는다면 책을 옆구리에 끼고 그분과 함께 다시 할인점으로 달려갈 것이다. 나 역시 자주 가는 Bar에서 화이트 러시안이라는 칵테일을 시켜 마셔보았다. 책에 나온다. 맛있더라. 대학교 1학년 잔뜩 겉멋들어 돌아다닐 삼사월 즈음, 병맥주에 대한 환상으로 음악을 같이 듣곤 했던 고등학교 친구녀석과 바에 자주 드나들었었다. 그곳에서 메탈리카에 심취해 3집 대표곡 Master of Puppet를 들으며 좌중의 시선에 아랑곶하지 않고 헤드벵잉을 했고 한 손에는 늘 버드와이저나 밀러가 들려있었다. 어느날 다시 ..
한 번은 이런 일이 있었다. 내가 다니던 고등학교는 말이 남녀공학이었지 층 별로 남녀를 갈라놓은 남고 와 여고의 분단체제나 다름없는 학교였다. 가까이 있지만 갈 수 없는 금남의 공간을 멀뚱멀뚱 쳐다보면서 우리 혈기왕성한 남학생들은 여학생들과 관련된 일이라면 사족을 못쓰고 덤벼들었다. 여학생 층이었던 3층을 가로질러야만 갈 수 있었던 정보산업 실기시간에 우리는 단체로 열을 맞춰 이동했지만 눈은 여학생들의 반을 기웃거리며 그녀들의 삶을 단박에 훑어내고자 필살의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여학생들 중 누구의 얼굴이 예쁘며 누구의 가슴이 제일 크고 누구의 다리가 쭉쭉 잘 빠졌는지 야자 쉬는 시간마다 우리는 삼삼오오 모여 킬킬댔다. 그러다가 학교 밖, 그러니까 동네 친구라던지 초등학교 동창이라던지, 교회에서 가깝게 ..
모아둔 그의 문장들이 아쉬워 두 번째 쓰는. 그는 정의 내리기 좋아하는 소설가. 역시 뛰어난 관찰력이 필요해. 1. "기회는 선한 음식 같은 거야. 냉장고에 넣어두면 맛이 떨어져. 젊은이에게 제일 나쁜 건 아예 판단을 내리지 않는 거야. 차라리 잘못된 판단을 내리는 게 더 나아. 잘못된 판단을 내릴 까봐 아무것도 안 하고 있는 거. 이게 제일 나빠. 이렇게 귀신만 득실거리는 집에 웅크리고 있어봐야 뭐 하겠나? 아마 인숙이가 가고 나서 지금껏 제대로 먹지도 않고 뭐 하나 번득하게 한 일도 없을 거야. 안그래?" 2. 군대에서 제대하고 사회로 돌아왔을 때, 가장 피곤했던 것은 선택해야 할 것들이 너무 많다는 것이었다. 군대는 식단이 하나였다. 식판을 들고 줄을 서 있으면 차례대로 밥과 반찬을 준다. 하루의 ..